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의 생일인 1 월 14 일이 되었다. 아침에 미역국을 먹으며 시어머님께 산후조리는 어떻게 하셨는지 여쭈어보았다. 시어머님은 24살에 결혼하셨는데 결혼 전에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이 태어났을 때는 시할머니께서 일주일 동안 몸조리를 해주셨단다. 그 이후로는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혼자 하셨단다. 일반적으로 산모의 몸이 회복된다는 삼칠일인 21일도 아니고 딱 일주일 밖에 쉬지 못하셨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어머님께서 그 한겨울에,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그 약한 몸으로 시냇가에 가서 천기저귀를 빠셨다는 것이다 . 아니, 천기저귀 말고 모든 빨래를 다 그렇게 하셨단다. 세탁기는 아예 없었고, 친구들에게 결혼선물로 받은 탈수기만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세살이를 하셨는데 집에서 빨면 주인집에서 너무 눈치를 줘서 어쩔 수 없이 바람 쌩쌩 부는 시냇가에 가서 빨래를 하셨단다. 어머님의 산후조리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남편이 어머님께 무슨 말대꾸라도 하면 어머님도 가만히 계신데 “엄마가 당신 낳고 한겨울에 시냇가에서 기저귀를 빨았는데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따져 묻는다.
그럼 둘째인 아가씨를 낳았을 때는 어떻게 조리하셨냐고 여쭈었다. 3살이던 남편은 둘째 큰아버님 댁에 맡기고 어머님은 아기와 함께 첫째 큰아버님 댁에서 2 주 동안 머물며 조리를 하셨단다. 어머님은 산후조리를 도와주신 두 큰어머님께 아직도 많이 감사해하신다.
남편 생일이 지났어도 어머님은 1월 내내 다리가 아프다고 하셨다. 괜찮으시냐고 여쭈어보니 아이 낳은 달이라 아픈 거라고 말씀하셨다.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계속 아플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아이 낳은 달에 더욱 아프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 찾아보니 예전에 비해 산후조리를 잘하는 지금도 많은 엄마들이 아이 낳은 달에 임신 때 아팠던 곳이 아프거나 이유 없이 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해서 통증이 심한 경우는 심지어 다시 임신하고 출산을 해서 산후조리를 제대로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건너서 아는 분은 첫째 딸이 고등학생인데 그런 이유로 막내를 또 낳았다고 들었다. 임신, 출산의 세계는 언제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다.
친정엄마는 과수원집의 맏며느리로 들어와서 두 딸과 막내아들을 낳으셨다. 할머니께서 같이 사셨기에 한 달 정도는 방에서도 못 나오게 하실 정도로 몸조리를 잘 하셨다. 물론 한 달 뒤부터는 엄마 역시 과수원 시냇가에 지어진 한 쪽만 트이고 지붕이 덮인 비닐하우스에 앉아 11 월과 1 월에 태어난 두 딸의 천기저귀와 식구들 옷을 빠셨다. 대가족의 식사를 차리셨고 과수원 일꾼들의 새참을 지으셨다.
소창으로 만든 천기저귀는 냇물에 헹구고 헹궈도 오줌물이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기저귀 빨기가 너무 힘들어서 연년생인 나와 여동생은 만 7,8개월 무렵 배변훈련을 해서 기저귀를 떼었다고 한다. 셋째는 17개월까지 천기저귀를 해서 빠느라 너무 힘드셨다고 한다.
엄마들에 비하면 내가 한 세 번의 몸조리는 가히 융숭한 대접이었다. 세 번 다 자연주의 출산을 한 덕분인지 몸의 회복은 빠른 편이었다. 다만 첫째 아이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이름 모를 피부병과 황달로 입원하면서 같이 병원에서 생활한 탓인지 몸조리를 잘 못 했다. 둘째 때는 해주는 밥 먹고 쉬면서도 첫째 때 잘 안 됐던 모유수유에 너무 욕심을 내서 무리한 나머지 하혈을 너무 심하게 하기도 했다.
두 번 다 출산 후 1년 동안은 눈, 손가락관절, 발목, 습진 등 정말 돌아가면서 골고루 아팠다. 그러다 1년이 지나니 그런 통증들이 거의 다 사라졌다. 그래서 셋째를 낳은 후에는 여기저기 아파도 별로 불안해하지 않았다. 아이가 내 몸에서 10달 동안 머물렀으니, 내 몸이 회복되는 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셋째 출산 후에는 마지막 몸조리인 만큼 몸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을 신경 써서 돕기로 했다. 그래서 산후 회복과 체형 교정에 좋은 운동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아이들 잠든 뒤 열심히 따라했다. 이미 두 번의 출산으로 골반이 틀어졌는지 오른쪽은 자세가 잘 잡히는데, 왼쪽은 자세 잡기도 쉽지 않고 통증이 있었다. 그래도 아직 몸이 회복되는 중인 이 때에 열심히 운동하면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꾸준히 노력했다.
이렇게 산후조리를 잘 한 편인데도 앉았다 일어날 때는 무릎이 우두둑거린다. 겨울에는 손발이 너무 차가워서 발목까지 오는 두꺼운 등산양말을 신고 박수도 자주 친다. 내가 이 정도인데 우리 어머님들은 어떠실까. 어머님들이 엄마가 되기 위해서, 엄마로 살기 위해서 버텨오신 고통은 이런 호시절에 태어난 나로서는 차마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리라. 그저 내가 아기였을 때든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었을 때든, 내가 가장 연약할 때 돌보아주신 어머님들의 사랑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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