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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 SUN HYE Nov 27. 2019

연말에 다이어리 사놓고 안쓰는 이유

쓰다 지치는 단순꾸미기의 다꾸는 이제그만!

우와 연말이다! 연말이니까 주말에 패딩을 웅켜쥐고 캐롤들으며 총총총 서점도 구경가보고 다이어리도 구경하다가 하나 겟!  막상 다이어리를 사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왠지 내년엔 좋은일들만 가득할 것 같고, 내가 진짜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밤, 자기전에 핸드폰으로 시간관리 잘하는법을 검색해본다. 검색하다가 카톡이왔다. "연말인데 만나야지~~" "연말인데 간만에 술한잔 콜?" 그래도 연말이니까, 약속이 빠듯하니깐 '그래 괜찮아! 내년부터 잘하면 돼!' 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흘러 슝슝 지나간다. 드디어 2020년! 와우~

나는 매년 겪는 이런 시간들이 너무 싫었다. 왜꼭 연말에 만나야하는가? 그때그때 만나면 안되는가? 요즘은 연말이든 연초든 중요한 사람들 이외에는 왠만하면 쓸데없는 약속을 잡지 않고 평소대로 지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올해는 특별히 10월부터 새로운 다이어리로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 준비랄것도 없이 한 해가 바뀌는 느낌이아니라 그냥 하루하루 쭉 연속된 느낌으로 다이어리를 쓰기 위해서 이다.


1. 지속가능한 다이어리는 지속에 대한 강박을 없앤 다이어리다.

내손에서 주기적으로 한번씩떠났던 나의 다이어리.. 열심히 살지 않거나 대충 살고 싶을때는 왠지 찔려서 다이어리를 펴보기가 싫었다. 특히 위클리나 데일리같은 다이어리속지는 매일매일 날짜가 미리적혀있는거말고, 직접 날짜를 손으로 적거나 내가 직접 만들어 나가는 다이어리를 선호한다. 다이어리에 빈자리없이 새로운마음으로 그냥 다시 시작하면 되니, " 빼먹으면어때! 오늘부터 다시시작하면되지" 라고 외치며 잠시 떠나도 언제든지 돌아올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하루는 참 길다. 장사가 잘 안되면 안될때 나름대로의 할일을 하고, 바쁠땐 바쁠때 나름의 할일을 한다. 특히 하루를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출근>퇴근>취침 의 반복일뿐, 발전이 없어진다.  바쁘지 않은 날은 공부하고 연구하고 마케팅하는 더욱더 감사한날로 여겨 더 열심히, 본인이 알차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와서, 다이어리를 보통 12월이나 1월에 시작한다고들 한다. 나도그랬다. 항상 12월이나 1월은 빽빽하게 아주이쁘게 꾸며놓고 봄이되면서 살랑살랑 벚꽃이 필때쯤 점점 메모가 사라지고 펜이 손에 잘 안잡힌다. 나름 그래픽 디자이너라 그런지, 예쁜걸 좋아해서 글씨가 맘에안들거나 레이아웃이 엉망이면 다 찢어서 다시꾸민적도 많다. 다이어리에 힘을 너무 준 것이다.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주 예쁘게 다이어리 꾸미기 자체가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는 진짜 취미가 아닌 사람은 다이어리 꾸미기에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한다. 힘을 살짝 빼고 이번달 목표나 일정, 오늘 꼭 해야할 핵심체크리스트를 아주간단히라도 꾸준히 써보자. 물론 죄송하게도 나는 대충대충 빨리빨리 메모해도 정말 익숙하게 맨날 하던거라 컬러풀하고 뭔가 예쁘게 되는데, 필자처럼 꼭 꾸며가면서 기록할 필요는 없다.

나는 실용적인 다이어리 꾸미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것보다 더 예쁘게, 더 멋지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화려하게 꾸밀 수 있지만 바쁜 현대인들의 지속가능한 다이어리를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메모로 계획해도 충분한 사람들도 있다. 사람마다 약의 효능이 다르듯이, 나는 아날로그로 다이어리를 써야 좀더 디테일하게 머릿속에 잘 새겨져서 이렇게 할뿐이다.  


2. 목표와 동기부여가 아주 강한 사람은 오늘하루도 디테일해진다.  

요즘에 유튜브나 독서, 다양한 책 글귀들과 명언들로 동기부여가 될만한 컨텐츠를 틈틈히 강제주입한다. 꿈과 목표도 매일 100번씩 쓰면서 까먹지않도록 강제주입한다. 내 뇌에서 아주 세뇌가 될 정도로 주입을 하다보니, 그때그때 생각의 흐름대로 그것들을 메모해놓고 읽어보고 명상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다가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하고싶은 것들이 생기면 또다시 그때그때 메모하다보니 신기하게도 실행력이 더 강해지고 디테일해졌다. 다이어리에 주어진 형식이 없는 단순백지여도 내가 생각한대로 끄적거리면서 이끌어나가면 된다.  

이렇게 목표와 동기부여가 되는 환경을만들고 종이위에 손으로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늘하루가 더욱더 디테일해지는 놀라운 경험이 자주 생기게 되었다. 하루하루를 그냥 꾸역꾸역 살아내는 시간들과는 차원이다른 오늘하루를 보내게되고, 내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들과, 행동들에 이유가 따르게 되었다. 이유없는 행동은 공허한 몸부림일 뿐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는 중이랄까? 덩달아 생각에 의한, 이유있는 행동들로 인해 내 삶을 꽉 채우는 시간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강력해지면서 내안에 알수없는 확신이 점점 생기게 되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많은사람들이 다이어리를 연초에 그만두는 진짜 이유! 그것은 바로 인생전체에 지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결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꼭 다이어리를 써야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인간이라면 매일 무언가를 기록하면서 성장하고 이루어 나가는 것들은 분명 엄청난 내면의 만족감이 따른다고 확신한다.


3. 시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으면 다이어리는 버려진다.

빽빽하게 열심히 계획한 다이어리를 아끼고 아끼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다이어리를 내팽겨쳐 놓고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날들이 너무나도 많다. 계획하기는 열심히 했지만 다시 들여다보고 매일 그날그날을 피드백하는 시간이 일년에 몇번이나 있었던가? 체크리스트를 적어놓고도 들여다보지 않다가 까먹기도하고, 놓치고 아주잠깐 후회하고 괜히 스스로 찔려서 쳐다보지도 못하다가 일주일이 훅 지나간 일은 누구나 있을 법 한 경험이다.

 하루의 시작과 하루의 마무리를 메모하거나 계획하거나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무조건 따로 떼어서 정해놓지않으면, 그 하루는 무의미하게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대때 제일많이 읽었던게 자기계발서적인데, 이제는 식상할정도로, 시시할정도로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에서 입아프게 했던얘기 또하고 신간에서 또 인용하고 또 똑같은말 입아프게 맨날 얘기한다. "오늘(내일)할일을 적어라" "오늘 하루 감사한것들을 적어라" "목표(꿈)를 적어라" "우선순위를 적어라" 자꾸 적으라고한다. 피곤할정도로... 근데 생각해보면 한번이라도 일년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실제로 그들이 말한것처럼 적어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정말 고등학교 시간표처럼, 회사원들의 정해진 출근시간처럼 아침&저녁으로 단 몇분이라도 다이어리의 시간, 계획하는 시간, 독서하는시간, 명상하는시간 등등 따로 떼어서 정해두지 않으면 절대 꾸준히 지속할 수 없다. 한마디로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카페를가든, 우리집에 예쁜 책상에서 하든 내가좋아하는 장소까지 정해두면 더욱 좋다.


"습관은 그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지속하는 힘] - 고바야시 다다아키 -

위 영상은 나의 서재이자, 메모공간이다! 음악과 함께 내가 너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에서 나의 꿈쓰기와 계획 등 다이어리를 쓰고 있으면 극도의 평안과 만족감이 밀려온다. 목표달성과 꾸준한계획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그게 진짜 중요한것이 아닐수도 있다. 목표달성은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내가 생각한 목표보다 더 큰 선물이 다가오기도하고, 그렇지 않을때도 있다. 더욱 큰 범위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것은, 나의 이유있는 행동들과 나의 인생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위대하다고 믿고, 삶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매일매일 기분좋은 행복감이 유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PRESENT = PRESENT  '현재'는 곧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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