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선택 3
난생처음 주식이란 걸 사봤다. 그것도 미국 주식을..
아들한테 Robinhood와 Webull이라는 앱을 소개받아 1500달러를 투자했다. 시스템 평가분석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나의 데이터 분석능력이면 틀림없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더불어 이번 시도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나의 판단능력에 대한 시험이기도 했고, 잘되면 "1500 달러로 10만 불 벌기"라는 멋진 책도 하나 내고 싶은 과욕이 함께했다. 반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재테크에 관심이 없었고 경제용어나 재테크 방법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지한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딱 1년이 지났다.
"그래서 얼마 벌었어?"
" 어..... " 할 말이 없다.
지금 내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300불이 안 되는 거의 깡통 수준이다.
코로나 19로 아들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덕에 아침 식탁에 앉으면 아들들과 주식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각자 나는 밤새 얼마 올랐느니,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가한다고 했으니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아침식사의 맛있는 반찬이다.
여전히 아들들이 산 주식은 오르고 내가 산 주식은 내리기만 한다.
"아빠, 본전 생각 마시고 그거 팔아서 과자라도 사드세요!ㅎㅎㅎ"
난 오늘도 아들들의 조롱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 놈들! 두고 보자" "기필코 본전을 찾아서 명예를 회복할 거다" 이제 나의 목표는 본전을 찾는 것이다.
사실, 주식을 사게 된 동기는 우연히 300만 원으로 100억을 번 주식성공신화 같은 글을 읽게 되면 서다. 주식으로 큰돈을 잃어 폐인이 된 사람의 기사를 먼저 보고 공감했다면 평생 주식을 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원하는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에 부합되는 쪽으로 데이터를 인지하고 해석하려는 바이어스 된 사고 경향을 가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주식 투자를 하기에 앞서 우선 소액으로 연습게임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연습게임에서 큰 부상을 당해 본 시합에는 출전조차 못해보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지만...
우선, 주식 투자를 위한 나의 접근방식은 대충 이러했다.
<사전조사 철저>
1. 각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전문가 의견, 언론보도 내용, 수익성 분석 자료 등을 검토한 뒤, 직원수나 회사 규모로 보아 어느 정도 튼실하다고 생각되는 투자 가능회사를 10개쯤 선택하고,
2. 선택한 주식들의 일간, 주간, 월간, 연간 변동추이를 분석하여 각 주식 별로 매입 시 손해보지 않을 확률이 높은 가격대를 산정한다.(공대 교수의 직업적 특성을 살려 확률과 통계분석을 활용)
<투자원칙 준수>
1. 오일, 기술, 바이오 주를 중심으로 분산 투자한다.
2. 하루든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10% 오르면 무조건 처분하고,
3. 내가 선택해둔 주식 가운데 주 혹은 월간 평균보다 내려간 주식을 재 매입한다.
한 달 정도의 진통 속에 10개의 투자 대상 주식을 선정하고 내심 뿌듯했다. 처음 주식을 사고 일주일이 안되어서 500불을 벌어서 2000불이 넘어갔다.
"음, 곧 10만 불 찍을 수도 있겠어" 신났다.
주식을 시작한 지 3개월쯤 지나서 아는 지인에게 이런 주식을 사야 한다고 충고도 해줄 만큼 교만해졌다.
사실 그분은 오랫동안 주식 투자를 해온 분이다.
"앞으로 배터리 기술이 비약적 발전을 거두게 될 거고, 시대적 흐름상 Tesla 주식을 사두면 좋을 겁니다.!"
내 조언을 들은 지인은 Tesla 주식을 사서 8개월쯤 지나 큰 이익을 보고 팔았다. 내 덕에 많이 남겼지만 지금도 계속 오르는데 너무 일찍 팔아서 아쉽다는 전화를 얼마 전에 받았다.
반면, 그때 내가 선택한 주식은 Tesla 가 아니고 중국의 신생 전기자동차 회사인 "NIO"의 주식을 구매했었다. 좋은 선택이었을까? 그 당시 나의 선택은 확률적 관점에서 뿐 아니라 내가 판단한 회사의 잠재적 발전 가능성 측면에서도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구매하자 문제가 터졌다. 중국 정부에서 그동안 전기자동차 구매자에게 지원해온 보조금을 전면 중단한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하루 만에 주식이 반토막이 났다.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주식을 사면서 중국 상황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매입하는 시점에 이 주식을 대량 보유한 큰 손들은 이미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도 뒤에 알았다. 특정주식이 보여주는 매입과 매도의 흐름이 내가 분석한 것보다 더 중요하고 정확한 정보가 된다는 것을 하나 배웠다.
결과적으로 보면 NIO 주식을 사서 그동안 벌었던 수익을 모두 날린 것은 오히려 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주식을 해도 많을 수익을 낼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에서 더 큰돈을 주식에 투자해보려던 순간에 잠시 망설이고 재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주식을 해볼까? 하는 망설임 속에 반토막을 우선 복구해보는 쪽을 택했다.(그나마 좋은 선택)
그런데 이번에는 주식을 선택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반토막 난 것을 일시에 회복해야 한다는 욕심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폭락한 주식 가운데 폭등이 예상되는 주식들을 찾기 시작했다.
데이트레이드(주식을 당일에 사고파는 행위)를 하면서 앞서 세운 원칙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철저히 확률적 통계기반에서 선택했던 대신, 단기 변동성이 큰 것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았다. 특정 오일회사 주식이 하나가 폭등해서 거의 원상회복이 되었으니 말이다. 역시! 오일회사 주식이 최고구나! 분산 투자할 필요 없겠군! 여기에 올인하는 게 좋겠어. 자신감도 다시 회복되는 듯했다. 바이오, 기술 주를 모두 정리해서 오일 주에 올인했다.
하지만, 이번엔 코로나 19가 터져 한주에 4 불하던 이 회사 주식이 0.28불로 떨어졌다.
"나는 완전히 새됐다.""ㅎㅎㅎㅎ"
참고로 CHK, Interstat, JC Penny, Hertz 등이 내가 선택했던 변동성이 매우 심한 주식들이다.(이후 이들 회사는 모두 부도 처리되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연습게임을 수행한 게.
내가 만약 1년 전 호황이던 미국 경제를 믿고 주식에 올인했다면 어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불어 코로나 19로 큰돈을 잃은 많은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가슴이 저며오기 시작했다. 간간이 뉴스에서 주식투자에 실패해서 투신했다고 접했던 사연들이 이제야 머릿속에 다시 되살아 나기 시작했다.
주식투자를 통해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은 데이터 분석능력과 탁월한 판단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운이 좋은가의 문제라는 것을 1년의 긴 연습을 통해 깨달았다. 더불어 확률이 높다고 꼭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여윳돈이 2000만 원 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목적은 돈을 버는 것에 국한)
옵션 1) 주식, 비트코인 등에 투자를 한다.
옵션 2) 테이크 아웃 커피점과 같은 소호 창업을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