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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Chun Mar 02. 2021

결혼, 어떤 배우자를 선택할 텐가?

공감과 선택

좋은 선택이었다고 굳게 믿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음을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어려운 칸트의 비판 철학에 비추어 따져보지 않더라도,  논리적 추론에 근거한 이성적 선택과 달리 감정이 지배하는 선택은 시간이 지나서 후회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논리적 선택보다 감성적 선택이 우선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남녀의 관계이다.


남녀가 사랑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선택들은 논리적인 뇌 작동 메커니즘이 그 기능을 상실한 체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이야기한다.

어쩌면 일생일대에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선택이 아닌 감성적 선택이 우선하는 것이다.


배우자의 사회적 지위를 판단하고

경제적 형편을 판단하고

학력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등의

손익 계산서를 만드는 일은 지극히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뇌 사고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이러한 논리적 사고 메커니즘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이성적 선택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지만 결국 감성적 선택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더불어 때로 많은 젊은 남녀들이 자신의 논리적 사고체계를 일시에 정지시킬 수 있는 그런 대상을 만나는 것을 갈구한다. 적어도 내가 살아왔던 시대는 그랬을 것이다.


과거, 매년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이 되면 학생들과 딱딱한 강의실에서 벗어나 벚꽃나무 그늘에 모여 막걸리와 함께 야외 수업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여러분 장차 배우자가 어떤 사람이면 좋겠어요?"

진부하지만 흔한 질문이 막걸리의 안주가 되곤 했다.


"성실하고 진솔한 사람요!"

"나만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

"멋있고 잘생긴 사람"

"성격이 잘 맞고 유머 있으면 좋겠어요"

"능력 있고 미래 발전적인 사람"

"돈이 많은 사람"


뭐, 매년 어김없이 학생들의 대답은 이 정도의 것 들로 선택의 범주가 정해지곤 했다. 

그런데 만일 "나만 사랑해줄 수 있는 성실한 사람(어여쁜 사람)"과 "돈 많고 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만 택해야 한다면 어떤 배우자를 선택할 텐가? 뒤 이어 학생들에게 던지는 의례적인 질문이었다.


30년 전 학생들의 응답은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면 요즘은 상황이 역전된 듯하다. 퇴직하기 몇 년 전에 학생들에게 던졌던 마지막 질문에서는 후자가 월등하게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 보면 시대적 상황이 그들의 이성적 사고를 감성적 사고보다 우선하도록 점차 무장시켜가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감성적 사고와 감성적인 선택의 행동들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30년 전에 만났던 학생들이 보여준 감성적 행동들은 내 삶에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 강의를 마무리하고 나오던 어느 날 학생 한 명이 오늘 부모님 과수원에서 처음 수확한 것이라며 손에 쥔 빨간 사과를 부끄러운 듯 건네던 손길. ^^


^^ 밤새 실험실에서 내가 부여한 과제에 매달리던 학생이 새벽시간에 흥분한 목소리로 "교수님, 실험 결과가 나왔어요!"라고 소리치는 요란한 전화에 놀라서 일어났던 추억. ^^


새벽 2시에 교수한테 전화해서 자신의 벅찬 경험을 알리려 했던 학생의 감성적인 행동은 그 당시에는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과 한 개를 건네주던 학생의 감성적인 행동에 대한 보답으로 "땡큐~~" 한마디만을 공기 중에 영혼 없이 내 던지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던 나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결국, 학생들의 감성적인 선택에서 기인한 행동들이 지금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게 될 줄은 그 당시 알지 못했었다.


최근에는 주변에서 결혼을 목전에 두고 파혼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서로가 지나치게 논리적 선택을 추구하며 형평성을 따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이들이 사랑의 문제보다 더욱 절실한 생존에 관한 현실적인 삶의 문제와 매일 아침 마주해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적 교류는 논리적 선택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결혼의 배후자를 선택하는 일은 결코 논리적 선택의 문제가 아닌 감성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믿고 싶다. 

비록 한 번의 감성적 선택이 잘못되었더라도 이후에는 부부가 평생 동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선택으로 관계를 지켜야 하는 것이 결혼이기 때문이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다음 6가지를 우선순위대로 배열하면?

외모, 경제력, 성격과 취미, 집안, 직업, 사랑


배우자가 다음 조건만 충족한다면 어떤 옵션을 선택할 텐가?

옵션 1) 성격과 취미 - 외모 - 경제력

옵션 2) 직업 - 경제력 - 성격과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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