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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n 06. 2024

도덕, 그 여섯번째 이야기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프랑스의 거장 감독 에릭 로메르의 작품 7편이 CGV 아트상영관에서 지난 주에 막을 내렸다. 

 브런치 이웃 희수공원 작가님의 소개로 알게 되어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 다섯편을 관람할 수 있었다. 두 편을 못본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1969 모드집에서의 하룻밤 (흑백영화로 관람)

 1970 클레르의 무릎

 1981 비행사의 아내

 1986 녹색광선

 1987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1987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


 관람했던 다섯 편의 영화 중에서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가지 모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영화의 서막에 '도덕 그 여섯번째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영화이다. 



 영화에서 왜 도덕을 묻냐고 묻고 싶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적당한 폭력과 욕설로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스릴 넘치는 영화들이 인기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옆 상영관은 관람석을 꽉 메우고 있는 반면, '레네트와 미라벨' 상영관의 관람수는 나를 포함 열명 남짓이었다.  도덕적 파산? 같은 영화계에서 아직 당위적 세계관을 지향하고 낭만과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단비 같은 영화였다.


 감독의 카메라는 자연을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소리와 야생의 숲과 나무들, 선명한 열매 한 알 한 알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프랑스 시골 마을에 사는 레네트와 프랑스 파리 도시에 사는 미라벨이 만나는데 네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에피소드마다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플롯을 구성하는데 레네트와 미라벨의 선택의 과정에서 도덕과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한다.




 프랑스 영화를 몇번 본 적이 있지만 너무 어렸고 무슨 의미인지 이해도 잘 안갔고 지루하고 따분해서 제목도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에릭 로메르 프랑스 영화 다시보기를 보고 나서 감독의 이름 앞에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왜 붙여주는지 이해가 갔다.

 감독은 자연적 질서와 도덕적 무질서를 연관 시키면서 인간이 만드는 도덕적 관념과 가치에 대해 부여하는 한 질서로부터 반향의 역할을 하게 되는 다른 인간의 질서를 파생시킨다.


 레네트는 철저한 도덕적 규범을 지키는 도덕주의자다. 행위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도덕적 가치를 지지한다. 레네트는 길거리의 걸인에게 동전을 넣어주고 역에서 지갑을 잃었다고 호소하며 도와달라는 여인에게 차비를 내어준다. 지불하지 않은 커피값을 주기 위해 멀리 떨어진 카페에 되돌아가서 커피값을 지불하고 온다


 미라벨은 자유를 존중한다. 도덕적 규범에 어긋날지라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왜 일어나는지 그 원인과 이유를 존중하고자 한다. 가장 재미있게 봤던 극적인 플롯인데, 미라벨이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 여성을 돕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누가 봐도 미라벨보다 훨씬 잘 나갈것 처럼 보이는 영화배우에 결코 뒤지지 않을 옷차림과 미모의 여성이 고급와인과 고급 연어를 비롯하여 자연스럽게 물건을 훔치는 것을 지켜 본 미라벨은 보안경찰 두명에게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훔친 가방을 자신이 들고 나온다.


 미라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레네트는 미라벨과 언쟁하고 미라벨 역시 레네트의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레네트는 도덕은 선, 진리, 아름다움을 포함하며 도덕적 질서는 인간질서의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미라벨은 자유를 동경한다. 본래 도덕적 질서라고 추정하는 것으로부터 인간의 모든 질서가 설명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덕적 영역 사이에서 뚜렷한 존재론적 차이를 보이는 두사람이지만, 사람은 선택의 과정을 통해 사실과 당위에 관한 많은 종류의 질서를 보여주었다.


 의심과 믿음은 공존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이 영화는 도덕적 인간학의 주제를 품고 있다. 나의 소설 레드 프린트의 주제와도 닮았다. 미라벨은 나의 소설 속 안나를 닮았고 레네트는 나의 소설을 이끌어가는 작중화자를 닮았다.

 레네트와 미라벨 두 주인공의 질문은 엉성한 도벽습관이나 불쌍한 척 연기하는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는 개인의 실수나 도덕적 부재 또는 도덕적 신념에 의해 단순하게 가끔씩 일어나는 사례가 아님을 이해하게 된다.


 1980년대 시대를 초월하여 두 주인공의 활력이 나의 주변을 맴돌며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의 낭만 속에서 허물어져 가는 도덕을 힘들이지 않고 붙드는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영화였다. 귀한 영화를 추천해준 희수공원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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