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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y 23. 2024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음 정원에 시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시인들은 여러 별에서 마음정원으로 찾아 왔어요. 오늘은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토론이 있는 날입니다. 마음정원을 다스리는 관리자가 물었어요. 시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화성에서 온 시인이 말했어요. 돈을 벌기 위해 시를 쓰는데 요즘 사람들이 시를 안읽어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수성에서 온 시인은 유명한 시를 써서 성공하여 이름을 날리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했습니다.

 목성에서 온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시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고 했어요.  금성에서 온 시인은 시에 던지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토성에서 온 시인은 시를 쓸만큼 썼는데도 아직 이유를 붙이지 못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새삼스레 시를 쓰는 이유가 특별히 필요하냐고 물었어요.




 지구별에 사는 한 시인이 말했어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검은 머리를 기른 멋쟁이 시인입니다. 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삶이 안고 있는 매 순간의 문제에 대한 해답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시는 살아있는 존재들과 같아서 세월과 역사 속에서 시를 통해 사람들은 깨닫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어요.

 지구별에 사는 다른 시인이 반론을 제기했어요. 시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정서와 독백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멋쟁이 시인이 다시 말했어요. 객관적이고 사실적이고 기록적인 시를 써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회적 실천으로 간주되기를 바라며, 비판적인 감각으로 독자들의 삶과 일상생활에 현실인식의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반론을 제기했던 시인이 말합니다. 시는 사회나 역사로부터 동떨어진  정신의 공간이고, 고독한 자아와 철학적으로 대면하는 내면의 독백과 같은 것이라고 했어요.




 시를  쓰는 이유가 무엇이든 어떤 시를 쓰든 정답은 없습니다.

 시인들은 열띤 토론을 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릅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마음정원의 하늘에는 어느덧 복숭아빛과 자주빛이 섞인 석양이 물결처럼 두둥실 떠오르고 있습니다. 석양은 남색과 보라색으로 물들더니 다시 강렬한 주황빛으로 바뀝니다. 시인들은 아름다운 석양에 눈과 마음을 사로잡혀서 토론을 멈추고 수첩을 꺼내어 저마다의 시를 쓰기 시작합니다.


 브런치 마을의 작가님들은 어떤 시를 쓰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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