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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y 16. 2024

몸의 증언

삶의 중심을 잃고 쓰러질 때

 가족에게 친구에게 지인에게 그 누군가들에게, 나의 아픔을 들어달라고 내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나를 봐달라고 말하기 전에 애원하기 전에 나는 나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고 있다. 그것은 잠이다.

사람들에게 아픔을 털면 털수록 더욱 고통스러워지는 까닭에 누구보다 충직하고 무엇보다 달콤한 잠을 나는 선택한다.


 우리의 몸은 정직하다. 육체적 또는 정신적 질병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몸의 감각이다. 의사들은 이러한 감각에 대해 질환의 이름을 붙여준다.

고혈압, 저혈압, 심장마비......   또는 공황장애,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등

 몸과 마음이 고장나면 환자들은 언제나 냉철하게 행동하기를 요구받는다. 사람들은 고통을 잊으라고 아픔을 극복하라고 말한다. 말이야 쉽지! 언제나 말은 쉽다.




 나의 머리와 마음은 고통을 잊고 싶다고 말하지만 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절망을 느끼는 마음을 감춰야 하고 삶의 흐름이나 패턴이 고장났지만 고장나지 않은 것처럼 의연하게 행동하기를 강요받는다.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현대사회는 타인의 슬픔에 기꺼이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다가도 그 슬픔이 나의 주변영역에 존재하거나 관련이 되는 사실을 불편한 감정으로 치부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잠이란 나의 좋은 친구이며 나를 봐달라고 나의 아픔을 들어달라고 소리칠 필요도 힘 줄 필요도 없다.



 몸과 정신은 안과 바깥에 따로 놓여있는 사물처럼 떼어 내어 분리해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질병을 경험하는 몸(육체적 질병 또는 마음의 상처 정신적 고통 포함)은 단순히 병원의 처방이나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측정하는 몸으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픔을 잊고 고통을 극복해야한다는 정신의 강박이야말로 자신의 존재자체가 그 몸의 일부임을 잊어버리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혹독하게 고통의 댓가를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잠을 잘자고 일어나면 의학적, 과학적으로 증명된 잠의 순기능까지 더해져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뿐하면서 에피쿠로스가 말했던 너무도 평온한 상태인 아타락시아의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여! 잠을 자자.... 잠이 너희를 고통에서 자유케 하리라!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고통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복잡하고 심각한 현대사회에서 점점 그 증가수가 많아지고 있다.

 11년전 나는 정신적 쇼크를 심하게 당한 경험이 있고 그 후유증으로 3년정도 불면증을 앓았다. 캄캄한 밤에 모두가 잠들어가는 새벽에 잠을 자고 싶어도 깨어 있는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지인 목사님께서는 불면증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베개만 배면 잠이 드는 사람들을 보고 이교도에 비유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고 양 1마리 양 2마리 ....  양 일천사백칠십구마리..우스갯소리로 말씀하셨지만 나는 목사님의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잠이 너무 많아져서 밤이면 베개만 배면 잠드는 이교도가 되었고, 깨어 있어야 할 대낮에도 수시로 잠이 쏟아져 몇분씩 꿀잠을 자는 것이 문제인데, 불면의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다. 불면증은 완치될 수 있고 과거 불면의 밤과 치열하게 싸워 승리한 사람들이 있으니 현재 잠을 못자거나 오지 않는다고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인간의 육체는 자신의 현재의 삶을 대변한다. 우리의 정신은 몸에 근거하며 우리의 몸은 정신과 분리해서 말할 수 없는 인간 생존의 근거이다.

 인간의 몸에 잠은 보약이 된다. 잠자는 마음정원의 공주가 되자. 미인은 잠꾸러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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