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고 요란했던 사랑이 끝나고 난 자리,
풀 한 포기 자랄것 같지 않던 척박한 마음 위로 성숙한 감정이 찾아든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았던 그 전과 다른 나만의 감정선이 생기고,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추억이라 부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된다.
그렇게 사랑을 앓고 난 후 훈장처럼 남는 감정들.
1. 설레임; 사랑의 시작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다른 공기를 마시듯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옷은 무슨 옷을 입을까,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저녁메뉴까지 고심해가며 보내는 시간들이 꼭 다른 세상에 와있는 것 같았다. 누구의 말에도 어떤 상황에도 웃음이 났다. 자꾸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었다.(사례1)
구름 살짝 낀 푸른 하늘을 보며 살짝 찡그리며 웃는다. 사랑을 시작하는 그와 그녀의 신호다.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비오는 날은 비오는 날대로 나름의 감성을 보듬은 채 수줍은 미소를 짓게 되는, 사랑의 첫신호.
바로 설레임이 그 주인공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고, 만물이 모두 사랑스럽고, 세상 모든이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그와 그녀의 얼굴에 지금 봄꽃처럼 화사한 꽃이 피어난다.
사랑해보지 않았더라면 절대 느껴보지 못했을 마법처럼 달콤한 감정,
설 레 임
그 두근거렸던 첫시작은 사랑이 한참 지나가고 난 후에도 향기로, 음악으로, 장소와 계절로도 두고두고 남으니 말이다.
2. 배려; 사랑의 덕목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다. 몇 가지 거짓이 모든 사실을 뒤엎는 순간. 한 가지도 진실이 있었나 싶었다.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를 택했고 그러고도 한참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배려는 마음이 풀어지기에 충분한 시간과 정성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다독거리며 단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를 위한 그 무엇도 아깝지 않았고 그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사례2)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좀 더 낮추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자세.
사랑하기 때문에 양보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는 있다는 마음가짐.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랑은 이어진다. 오늘 화가나도 내일 풀릴 수 있고, 서운한 일도 눈감아 줄 수 있는 수많은 배려와 배려가 오고 갈 때 그 사랑이 더 오래 아름답게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 오랜 배려와 사랑끝에 가슴아프고 아쉬운 이별이 올지라도 누군가를 그토록 배려했던 따뜻한 감정은 남아 다음 사랑을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지 않겠는가. 사랑의 성패는 한 사람만의 배려만으로 이어지는것이 아니라 서로의 배려가 맞물릴 때 진심이 통하고 그 감동이 이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3. 이별의 아픔; 사랑이 주는 삶의 교훈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사랑이 끝이 났다. 믿음이 사라지고, 열정이 사라지고, 용기마저 사라질 때 쯤 그에 대한 사랑이 한 조각도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무수히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한번도 진심을 다해 솔직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진심을 듣고자 오랜 시간을 끌었는지도 모른다. 인정하고 나서 돌아보면 그와 나는 감정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맞지 않는 사람을 두고 사랑했던 나는 사랑하는 내내 상처투성이였다. 나와 내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그에 대한 더이상의 미련을 떨쳐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에게도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내가 아니니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게 맞을 것이다. (사례3)
사랑은 하나의 여행처럼 길고 짧은 레이스지만 그 사랑이 남기는 교훈은 비단 사랑만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동안 느꼈던 감정, 다짐, 상대를 보는 눈,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 가치관 등등은 삶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와 잘 맞는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가 가장 싫은 것은 무엇이며 무엇이 가장 견딜 수 없는지, 그리고 삶에 있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까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긴 끈과 같아 과거의 어떠한 사람이나 사건이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현재의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미래에 마주하는 사람과 상황을 바꾸어 놓기도 하니 우리의 매순간은 정말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감정싸움을 하는 동안은 늘 힘들 수 있지만 길고 답답한 그 싸움은 시간 지나 돌이켜볼 때 각자에게 큰 교훈을 남긴다. 깊은 고민과 성찰을 통해 잘 이별할 때, 그리고 돌아서서 스스로 참 잘했다 용기있다 칭찬해줄 수 있을 때, 어느덧 성숙한 어른이 된다.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 큰 파도가 치지 않았더라면 보이지 않았을 부유물과 자국들이 어지럽지만 바다는 다시 잔잔해지고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파도가 지나가 부유물의 흔적조차 사라질 때쯤엔 오로지 자신의 기억한켠에만 의존하며 애써 기억해내야할 것이다. 비로소 기억이 진정한 추억으로 남게 되는 시점이다.
이제 한 사람을 치열하게 사랑했던 당신의 삶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사는 내내 빛을 발할 것이다. 그대에게 남겨진 사랑 후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또 사랑하라. 그 감정이 아프고 깊으면 깊을수록 꽤 괜찮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발판이 될지도 모르므로.
치열하게 사랑하고, 후회없이 사랑했다면 이별에 주저하지 말라. 사랑후에 찾아오는 감정들이 당신을 더 성숙하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므로 사랑은 또 찾아온다. 사랑이 한동안 오지 않는다해도 혼자면 어떤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아끼고 사랑하는 성숙한 나 자신이 있으니 사랑 후에 찾아오는 감정을 벗삼아 자연을 느끼고, 생각하며 지금의 행복을 충분히 만끽해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