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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Jun 29. 2023

초등  엄마 2

가끔은 귀를 닫아야 한다.-1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하기 전에  또래 아이를 둔 엄마들과 교육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주변에 천재 같은 아이를 키우는 집 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한글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스스로 읽었다는 아이. 스스로 덧셈을 하는 아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사진처럼 기억해 내는 아이. 그 자리에 모인 엄마들의 아이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집 아이들은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앞으로의 학습 방향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한 자리에서 우리 아이는 지극히 평범하다는 결론과 과연 평범한 축에는 속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집에 와서 순수한 표정으로 놀기만 하는 아이를 보니 답답함 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학교에 가서 잘 따라갈 수 있을까? 너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면 행동은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아이를 책상 앞에 앉히는 실랑이로 이어졌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줘도 한글에 관심이 없었던 아이였기에, 시중에 판매하는 한글교재를 사서 여러 권을 함께 풀어야만 했다. 나 역시 오늘 배운 내용을 내일이면 잊어버리는 뇌를 소유하고 있지만, 나보다 더 싱싱한 뇌를 소유하고 있는 아들은 더 신박한 방식으로 엄마가 가르쳐준 것들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빼어난 미모는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까만 머리색만큼은 자랑이었던 나의 머리에도 새치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나의 새치와 아이의 한글 실력을 맞바꾼 덕분인지 지금은 혼자서도 잘 읽고, 잘 쓴다. 아들은 알까? 엄마의 머리색이 변한지를...... 초등학교 입학 전에 다른 것은 시키지 않고, 오로지 한글만 신경 썼다. 다른 것들을 시키기에는 힘에 부쳤고, 솔직히 어릴 적 한글도 떼지 않고 학교에 갔지만, 그래도 학교 생활에 무리가 없었던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들이 처음 등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을 기다리는 1학년 학생 엄마의 등에는 영어학원, 수학학원, 논술 학원 가방들이 걸려있었다. 


아들의 같은 반 친구는 처음 보는 나에게 자신은 영어학원, 수학학원, 학습지 하느라 너무 바쁘다고 말하며, 우리 집 아이는 어떤 학원을 다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영어, 수학, 학습지를 따로 하지 않기에 씩 웃고만 말았었다.


아이가 원하면 시키자고 다짐했었는데, 내 귀에 들리고,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마음을 흔들었다. 아들에게 다니고 싶은 학원이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아무것도 없다는 엄마아빠의 주머니 걱정을 덜어주는 알뜰한 답변을 들었다. 학원대신 집에서 하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서 한자, 수학, 영어 문제집을 인터넷에서 재빠르게 준비했다. 한글을 내가 가르쳤듯, 또다시 나의 노동을 갈아서 아이와 책상에서 씨름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 과연 엄마표 공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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