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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Aug 23. 2023

초등 엄마 3

아직도 아이의 여름방학은 진행 중입니다.

학기 초에 공지한 것과 달리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여름방학이 10일 정도 길어졌다. 이유인 즉 신축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그 옆에 초등학교가 신설되었는데, 그 신설학교의 개학일이 9월 1일이라서 주변 초등학교도 학사일정을 맞추는 게 좋아서였다.


다른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들과 비슷하게 방학을 시작했는데, 지난주 대부분 아이들이 개학을 하였다. 단체톡방에는 아이들의 개학으로 기쁨에 찬 환호성, 온 몸이 젖어도 좋은 상쾌한 대청소, 오전에 조용한 커피 한잔을 즐긴다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오늘은 여유 시간을 즐겨보세요.''조용한 집안이 적응이 안 되네요.''혼자 있어도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요?'등등 아이와 함께 있는 나에게는 공감이 되지 않은 글과 사진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타인의 행복에 시기하지 않으려는 나이기에 열심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나의 사정을 아는 분들은 겨울 방학이 짧아졌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 달라는 몇 달이 지나서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달콤한 말을 전해주었다.


길어진 여름방학, 짧아진 겨울방학.


막상 남들보다 다소 긴(?) 여름방학을 보내면서 느낀 점은 다 같이 쉬고, 다 같이 학교 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아들의 친한 친구들이 방학이었을 때는 계곡, 수영장 등을 다니며 공동육아의 달콤한 맛봤다. 아들 역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서인지 '심심하다'라는 말을 달고 살지 않았는데, 요 며칠은 '엄마, 심심해. 뭐 하고 놀까?'라는 말이 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단점만 있을 것 같은 긴 여름방학에도 장점은 존재한다. 바로 남들이 학교를 가기에 오전에 어딜 가든 사람들이 많이 없다. 어제는 엘리멘탈 더빙판을 보러 극장에 갔다. 쇼핑몰에 위치한 극장은 10시 전이라서 북적거림이 1도 없었다. 티켓은 모바일로 예매를 해둔 상태라서 팝콘을 먼저 사러 갔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려고 아이와 팝콘이라고 적힌 아이콘을 선택했다. 팝콘의  M과 L사이즈가 500원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소식가인 아들과 나는 어쩔 수 없이 돈은 더 내고 가성비(?)를 따져서 L사이즈를 선택했다. 결국 영화를 다 보고도 다 먹지 못한 팝콘은 집에 와서 아들과 나의 오후간식이 되었다.

POP CORN

콜라는 좋아하지 않은 아들과 나. 팝콘과 텀블러에 담아 온 물과 커피를 챙겨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상영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넓은 영화관에 딱 두 명만 있었다. 아들 역시 텅텅 빈 공간을 보고 여기서 영화를 보는 게 맞냐고 재차 확인했다.


영화 시작 전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 우리 둘은 아무 말없이 분주하게 손을 팝콘통으로 가져갔다.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나의 손 속도에 놀란 아들은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은 통을 내가 조금은 닿기 어려운 왼쪽으로 슬며시 옮겼다. 가끔 아들을 키우면서 기본적인 욕구, 식욕 때문에 서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매번 이럴 때마다 나는 '엄마의 팔은 가제트 팔이지롱.' 하면서 나의 식욕을 더 돋운다. 이번에도 역시 가제트 팔은 통했다.  


광고야, 어서 끝나고 우리에게 영화를 보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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