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 20대에 찾아 온 사춘기, 그리고 취미의 시작

by 지금

나는 저녁형 인간이다. 오후 5시경 해가 질 무렵 집중이 잘 되고 능률도 가장 좋다. 하지만 이른 아침을 좋아한다. 해가 뜨기 전 고요한 시간은 하루 중 정신이 가장 맑고 깨끗하다. 차분하게 온전히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다. 물론 내가 처음부터 아침을 즐겼던 건 아니다.


밤을 새워서 놀고 나면, 다음 날 아침에는 늘 현타가 왔다. 눈 화장은 번져서 판다가 되었고, 머리는 산발로 헝클어졌고, 얼굴은 라면 발처럼 퉁퉁 부었고, 목소리는 쉰 소리가 나왔고, 몸은 술 냄새와 땀 냄새가 섞인 기분 나쁜 냄새가 진동했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참담했다. 작정하고 꾸몄던 전날 저녁과는 딴판이었다.


가끔의 일탈은 신났다. 흥분과 즐거움의 도가니였다. 살아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전날 저녁의 생기 있던 나는 온데간데없었다. 말할 기력조차 없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사람을 만날 여유도 없었다. 세상만사가 귀찮았다.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헷갈렸다. 화려한 밤과 메마른 아침의 대비는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더 강한 자극을 찾아다녔다. 클럽, 호텔파티, 페스티벌까지 스케일을 키워서 더 자주 갔다. 만나는 사람들을 늘리고 더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허무한 건 마찬가지였다. 전날이 즐거울수록 다음 날 아침은 더 공허했다. 에너지가 고갈되는게 느껴졌다. 피폐한 아침은 저녁까지, 때론 하루를 넘어 며칠 동안 이어졌다. 하룻밤의 즐거움을 위해서 미래의 체력과 에너지를 기꺼이 바쳤다.


생각해보니 내 삶이라는 게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부족함을 느낄 겨를 없이 나를 채웠음에도 정신을 차려보면 남는 게 없었다. 맛있는 요리, 예쁜 옷, 불타는 금요일은 아주 잠깐 나를 스쳐 지나갔다. 나의 즐거움은 돈을 내면 그 대가로 외부에서 잠깐 채워 주는 것들이었다. 일시적이고 소모적이었다. 잠깐의 즐거움 이후에 찾아오는 외로움이 더 길었다.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다른 것들에 의지했다.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 싶을 뿐인데, 이렇게 힘든 건가 싶었다.


더 이상 아침 숙취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내 시간에 대한 고찰이었다. 시간이 쌓여서 인생이 될 텐데, 5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내가 싫을 것 같았다. 소모되지 않고 오랫동안 남는 것, 나를 소모하지 않고 채울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었다. 잠시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들이 아니라, 스스로 원할 때 행복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행복의 자가동력장치가 필요했다.


취미를 배우자. 내 삶을 살아가려는 나의 첫 시도는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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