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고속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앞쪽에서 사고가 났나 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밀려오는 답답함이 오늘 하루의 시작을 예고하는 듯했다.
회사에 도착했을 땐 이미 오전 일정이 밀려 있었다.
메일은 쌓였고, 회의는 겹쳤다.
손은 키보드 위에서 맴돌기만 했다.
그때, 모니터 한쪽에 메신저 알림이 떴다.
“부장님,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오늘 유독 한숨이 많으셔서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한숨을?'
전혀 몰랐다.
당황스러움이 먼저였고, 곧 미안함이 따라왔다.
아침부터 꼬인 하루에 조급하고 짜증이 났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숨을 내쉴 줄은 몰랐다.
내 숨이 그렇게 들릴 줄도 몰랐다.
나는 감정을 드러낼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나보다 솔직했다.
무의식이 먼저 피로를 토해낸 것이다.
문득 예전 상사가 떠올랐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늘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 소리 하나에 팀 전체가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이유를 추측했고, 누군가는 스스로를 검열했다.
한숨 하나가 공기의 방향을 바꾸곤 했다.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 숨소리를 듣고 있다.
내 무심한 한숨이
누군가의 불안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이라는 건, 이런 식으로도 전해지는구나 싶었다.
“아, 미안해요. 아침에 좀 복잡한 일이 있었어요.
신경 쓰게 했네요.”
짧게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등받이에 기댔던 허리를 곧게 세웠다.
오늘은 한숨을 쉬지 말아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런데 어느새 또 숨이 길어지고 있었다
한숨을 참는 일도, 결국 또 한숨이 되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