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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미곰미 Oct 10. 2023

잠 못 들고 혼자 있는 밤의 괴로움...

할머니와 수면제


며칠째 할머니의 건강상태가 안 좋으시다.


며칠 전 퇴원하시면서 잠시 가셨던 요양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신 다음날부터 영 기력이 없으시다.

아무래도 그날의 일들이  충격이 크셨던 듯하다. 도통 입맛이 없다며 뭘 드시지를 않으시더니 이젠 혼자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어하셨다.


낮엔 계란말이가 먹고 싶다고 하셔서 해드렸다. 두어 개 맛있게 드시는가 싶더니 갑자기 기침을 몇 번하시더니  속이 불편신지  입을 막고 화장실로 가셨다.


놀란 마음에 따라가 보니 세면대에서  토를 하고 계셨다. 놀라서 등을 두드리니 몇 번 토를 하시곤 물로 입을 닦으셨다.  퀭한 눈으로 거울 속 나를 그리고 할머니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셨다.


 드신 게 없으시니 토하신 것도 방금 삼킨 계란말이 조각들이 다였다. '아이고... 내가 왜 이러냐...' 그 모습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엉망이 된 세면대를 보며 연신 미안하다 하시며 손으로 치우 실려는 걸 급히 막으며 괜찮다고 내가 하겠다고 했다.


할머니의  옷을 갈아입혀 드리고 침대에 눕혀드린 후 화장실을 청소했다.

난 사실 비위가 아주 약하다. TV 보다가도 토 나오는 장면에선 무슨 호러 영화라도 보는 듯 눈을 가리거나 고개를 돌리기 일쑤고, 젊어서 유치원교사할 때도 두 번 정도 아이들이 조금 토한 걸 치운 적이 있는데 그걸 치우면서도 내가 토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희한했다. 그때처럼 힘들지가 않았다. 그저 아린 맘으로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며 청소를 했다.

아마도... 놀란 맘이 더 커서일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에 할머니를 방문했다.


아무리 두드려도 기척이 없으셨다.

밤새 안 좋으셔서 병원이라도 가신 건가 그러면 따님이 연락을 했을 텐데.... 전화를 했더니 문 안에서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그럼 안에 계신 걸 텐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셨다.

안방 창문이 있는 정원 쪽으로 가니 조금 열린 창문 안으로 늘 그렇듯 커튼이 쳐져있었다. 주무시고 계신다 해도 창문이 조금 열려있으니 소리를 못 들을 리가 없는데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져 연신 창문을 두드리며 할머니를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급한 마음에 아파트 오피스로 향했다

문을 열어달라고 하고 몇 호인지 얘기하니 '오!! 라라!! ' 하며 잘 알고 있는 듯 얘기한다. 그녀가 대답이 없냐고 물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인 듯하면서도 덤덤함이 묻어있다. 아마도 노인아파트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 그런 듯했다.  언제 적인가 흔히 어르신들이 노인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시지 않는 이유가 잦은 엠블런스 출동 소리가 싫어서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매니저는 하던 일을 마치고 열쇠를 찾아 집까지 함께 동행해 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방으로 들어가니 할머니가 침대에 옆으로 누워계셨다. 잠시 서서 이불의 움직임을 살피며 호흡이 있음을 체크했다.  가만히 흔들어 깨우니 잠에 취한 눈을 겨우 뜨시며 힘없는 목소리로 '왔냐?' 하신다.

 하... 그제야 깊은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오피스매니저를 돌려보내고 할머니에게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아침에 어떻게 했는지 일일이 투정 섞인 보고를 했다.

가만히 들으시더니 '내가 죽은 줄 알았냐?' 하신다.  솔직히 어제 그런 모습을 보고 갔는데 아침에 이런 해프닝이 있으니 당연히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근데 차마 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에이 아뇨.... 혹시 또 넘어지셔서 쓰러지시기라도 했을까 봐 그렇죠..' 하며 둘러댔다.


새벽까지 하도 잠이 안 와서 3시쯤에 수면제를 3알이나 드셨다고 했다. 해서 약에 취해서 깨지를 못하신 거였다.

약을 얼마나 드셨냐? 그것드신 거냐?  지금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하니 적은 양의 약도 몸이 못 견디는 것 같다고... 그러니 가능한 꼭 필요한 약 외에는 드시지 말고  진통제나 수면제는 최소로 드시든지 안 드시면 좋겠다고... 잠 안 오시면 약 드시지 말고 그냥 TV 보시든지 놀다가 잠 오면 주무시라는 둥 걱정 섞인 잔소리를  한가득 쏟아냈다.

그래도 힘없으신 할머니는 눈을 껌벅거리시며 가만히 듣고만 계신다.


그럴 분이 아니신데... 놀라게 한 게 미안해서인지  아니면... 대구 할 힘이 없으셔서 인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으시게 해 드리니 작고 동그란 공벌레처럼 머리가 밑으로 떨어지며 몸이 동그랗게 말린다.

가뜩이나 작은 몸이 더 작아 보였다.

등을 가만히 토닥이다 이마저도 힘겨우실까 가만히 손바닥으로 등을 쓸어내렸다.


흰 죽을 끓여서 드리니 침대에 앉으신 채로  드시곤 또다시 침대에 그대로 누우신다.

세탁기 안에 있는 빨래를 해서 널어드리고 드시지 않는 밥은 냉동실에 넣고 나머진 누룽지를 만들고.....

그러고도 할머니가 깨시지 않아서

주무시는 할머니 발을 가만히 주물러드렸다.


도통 걷지도 않으시고 벌써 2주째 침대에만 누워 계시다시피 하시니 몸속 장기들도 운동을 제대로 못할터이다. 발을 만지면 몸속 장기가 운동을 한다고 하니 이렇게라도 운동이 되길 바라며 열심히 만져드렸다.

연신 발을 주무르는데도 할머닌 미동조차 없다.


새벽 3시가 넘도록 잠들지 않는 그 밤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수면제를 3알이나 드셨을까?

 안쓰러움이 자꾸 스멀스멀 올라와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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