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단상
삶을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힘,
그중 하나는 루틴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일상을 루틴으로 채워 불필요한 생각을 줄이고자 한다.
줄어드는 뇌 용량(?)을 감안해서라도!
하지만 어느 순간,
루틴을 지키려는 마음이 삶 전반을 잠식하고 있지는 않은가.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가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져 가는 느낌이 있다.
패턴은 분명 나를 보호해 준다.
예측 가능한 흐름은 상처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안정감 속에서 “잘 살고 있다”는 착각까지 준다.
그러나 그 순간,
그건 삶을 지탱하는 힘이 아니라 나를 고정시키는 틀이 된다.
얼마 전 한 만남.
삶의 곡선이 전혀 달라 도저히 교차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
그리고 그 만남은 내가 익숙했던 만남의 패턴을 흔들었다.
당황스러웠지만, 낯선 방식에 대한 대처법이 없었기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기로 했고
삶의 미묘한 흐름의 변화가 느껴졌다.
나는 루틴을 통해 내 생활을 단정히 하고 싶다.
하지만 그 루틴이 패턴이 되어 변화 없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가지 않던 길, 먹지 않던 음식, 하지 않던 일, 만나지 않던 사람.
그 '않던' 것들을 하고 싶다.
루틴 하게, 그러나 루틴이 패턴이 되진 않게
루틴이라는 중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주되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