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을 뽑는 이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기업 인사담당자를 만난다고 이야기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포지션이었기에, 스스로 직무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했고, 직무의 내용도 실적도 알아서 해야만 했다. 나의 커리어 자체가 늘 그랬던 경우가 많아 그 부분에 대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내가 설정한 나의 직무 포지션은 채용시장에서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갭을 줄이고, 미스매칭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니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 큰 갭을 느끼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려면 서로 현실을 직시하고 준비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다. 구직자도 지금처럼 준비하면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할 것이고, 기업도 지금처럼 인사관리, 채용하면 더 이상 인재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엔 여러 이야기 중 기업이 신입을 뽑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2차 산업혁명 시기, 즉 제조업이 산업의 중심일 때는 직무에 대해 큰 의미가 없었고, 회사에 대한 업력이 중요했었다. 그러다 보니 근로자들의 전문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었고, 기업들은 직무 순환, 직무 로테이션 등으로 순환 보직이 이루어졌다. 전문성은 없었지만 연차가 쌓이니 자동으로 임금은 높아졌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직무의 차별성은 없었다. 그리고 원하는 인재 조건도 직무에 따른 요구보다 인사팀에서 일괄적인 스펙을 요구했고, 우린 공채로써 그 내용들을 확인하고 지원했었다. 즉, 회사가 하는 일에 대한 정보만 알면 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채용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특히나 신입을 요구하는 포지션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채용사이트에 올라오는 신입/경력 채용공고에서도 신입이 배제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신입/경력이라고 했는가? 물어보겠지만, 혹시나 모르니깐 정말 준비 잘 된 신입이 있으면 뽑을 수도 있으니까,라는 아주 미약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1년 동안 만난 기업들에서 신입을 뽑는 이유는 총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산업, 기술, 직무의 특수성으로 경력직이 의미가 없는 기업이다. 기업이 다루고 있는 산업, 직무가 회사에서 개발해서 회사의 전문성으로만 이루어졌다면, 사실 어떤 전공이든, 경력이든 관계없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대부분 ‘이공계열이면 돼요’, ‘상경계열이면 돼요’. 등 두루뭉술하게 조건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곳은 경력을 가지고 입사하셔도 경력 인정을 못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신입을 뽑으려고 한다. 그리고 단점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는 것은 이 회사 말고 갈 곳이 별로 없다는 점과 다른 곳에서 인재가 쉽게 유입되지 않아서 대체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자리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회사 내 직무로테이션이 있는 기업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규모가 좀 큰 기업, 예전의 기업 경우 공채로 채용해서 직무로테이션으로 돌리는 경우들이 많았다. 이런 기업들이 아직도 있는 이유는 직무에 큰 전문성이 없는 경우 또는 회사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경우이며, 특히나 회사 조직문화 색이 타사보다 강할 수 있다. ‘oo기업인’이라는 색이 있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이 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하지 않는다. 아마 거의 안 뽑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와서 이전 회사와 비교하거나, 이것저것 따지거나 이전엔 그렇지 않았다는 등 회사 내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사해서 쭉 있는 직원을 선호하고 그 직원에게 투자를 더 하려는 경향이 있다.
세 번째, 조직의 고령화, 즉 역삼각형의 조직 구조를 가진 기업이다. 만났던 기업 중에 계속 사내 직원 추천으로 경력직을 소개로 아름아름 인재를 발굴하고 운영했었는데, 전체 근로자의 연령층이 올라가다 보니 기업 전체가 고령이 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엔 새로운 신입 수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신입을 양성하려고 한다. 이러한 기업들은 기업의 전문성이나, 안정성이나, 복지나 괜찮은 경우가 많다. 회사는 유명하지 않더라도 업계에서 알아주는 회사들이 많다. 근로자가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이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말했다시피 기업 내부 직원이 고령화되고 있어서 나이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네 번째, 해당 직무의 인력 부족으로 경력자 채용이 어려운 경우이다. 예를 들면,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법 규제가 강화되고, 인력에 대한 필수 요구가 법으로 지정되었다. 그에 따라 안전 관리사에 대한 기업에 수요가 많아지게 되어서 점차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자연스레 몸값이 올라간 케이스다. 자격증이 필수조건임에 따라 경력자 채용은 하늘에 별따기이고, 자격증만 있는 신입 구직자들이 넘쳐나면서 기업들은 필요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신입이라도 빨리 채워 넣어야 하는 경우들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채워야 한다고 신입을 막 뽑지는 않는다. 아이러니하게 신입 구직자들이 원하는 포지션들은 경력직만 뽑는 경우들 많고, 신입 뽑는 포지션은 신입도 안 가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은 신입 양성 기여의 목적이 있는 기업이다. 사실 흔치는 않다. 신입사원들은 성과를 내기는커녕 기본을 익혀서 일을 할 만할 때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미래를 위해 신입 포지션에 대해 투자의 의미로 채용하고 양성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여건이 좋지 않아 더욱이 찾아보기 힘들 수 있지만 이러한 기업들도 있다.
이렇게 신입을 뽑는 곳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신입은 대부분 경력직을 뽑는 포지션에 지원을 많이 한다. 산업이 바뀜에 따라 회사에서 인재를 키우고 보호해 주기보다는 전문적인 인력을 채용해서 성과를 내는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예전처럼 회사가 내 근속기간을 보장해 주지도 않지만, 우리가 사는 동안 이 회사가 살아있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신입은 전문성 있는 포지션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지만, 그 전문성 있는 자리는 신입 구직자에게 내어주지 않는다. 점차 신입은 원하는 포지션에 한 번에 가는 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구직자는 갈 수 있는 포지션을 분석하거나, 그에 따른 경력/경험을 쌓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은 근로자의 충성심을 요구하기보다 여기서 어떤 전문성과 역량을 기를 수 있는지, 어떤 기회들이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하고 그에 따른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구직자가 커리어 설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되면 구인난 속에서도 일할 기회는 점점 잃을 것이며, 기업이 근로자의 직원 경험을 간과하게 되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아니면 빠르게 자동화하여 기계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