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저는 늘 반짝이는 것을 찾아 헤맸어요. 어둡고 무거운 나에게 빛이 내려앉기를 바라면서요. 태양은 눈부셨고 하늘은 너무 맑았죠. 그래서 고요하고 어두운 새벽 속에 숨어있었어요. 밝고 빛나는 것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지만 바다를 쉽게 만날 수는 없었어요. 바다 대신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랐거든요. 강가도, 천변도 아닌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뿐인 나의 고향에선 반짝이는 윤슬을 만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바다는 늘 저에게 그리운 곳이에요. 특히 반짝이는 바다를요.
한동안 바다를 정말 자주 갔어요. 바다 근처에 살지도 않으면서 바다가 좋아서 그저 바다를 향해 매주 달렸어요. 바다를 보러 가는 길이 아무리 멀어도 늘 설레는 마음으로 갔어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책을 보거나 필사를 했어요.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걷기도 하고요. 바다를 바라보며 피자를 먹기도 하고 비가 내리는 바다를 차 안에서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어요. 바닷가에서 그네를 타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일출을 보기도 하고 해가 지는 곳으로 달려가 노을을 보기도 했어요. 해가 뜨는 바다도, 해가 지는 바다도, 비가 내리는 바다도 언제나 좋았어요. 파도소리를 들으면, 푸르른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거든요.
바다를 만났던 시간들이 저에게 반짝이는 순간들이었어요. 반짝이지 않는 내가 잠시나마 빛났던 순간이기도 했지요. 바다를 홀로 바라보던 어떤 날이었어요. 멀리서 바라본 바다는 별빛이 내린 듯 반짝였는데 가까이 가니 윤슬은 사라지고 성난 파도만이 저를 반겨주었어요. 하늘은 어느새 잿빛으로 변했죠. 파도처럼 밀려오던 당신은 파도처럼 밀려가네요. 마음이란 그런 걸까요? 반짝이는 줄 알았는데 금세 사라져 버린 윤슬 같은 걸까요?
윤슬은 파도에도 보이지 않고 잔물결에 반짝이며 빛나죠. 햇빛이 사라지면 윤슬도 사라져요. 하지만 사라져 버린 마음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물결 따라 흘러가버린 마음은 다시 햇빛이 내리쬐면 돌아올까요? 미련은 그렇게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요. 그리움은 바다만으로 충분해요. 일렁이는 건 윤슬이 아니라 저였어요. 윤슬에도 눈이 부셔서 눈을 감아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