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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기의 서사가 있듯이

D-54

by HARI
아침 : 달걀+토스트+우유
점심 : 놀부부대찌개
저녁 :
운동 : 푸시업 100, 스쿼트 100, 도보 19,312
체중 : 90.32

지난 토요일 마침 자전거 고장으로 수리를 맡겨 놓고 장모님께서 체험장에 같이 가자고 해서 약속을

했는데.. 5시 알람에 일어나서 무의식적으로 출근을 안 한다는 생각에 다시 누워 버렸는데

얼마 후에 어머님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준비하고 전철을 타고 1시간 20분의 거리를(서울 끝에서 끝)

달려갔다.

사실 무슨 건강의자 체험장인데 흔히 다단계 같은 판매전략 같기는 했지만

사고 이후 재활하는데 고생하는 사위를 생각해서 부르신 것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냥 어머님 하고

점심이나 같이 먹자는 생각으로 갔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문을 여는 순간..

와 아침 일찍 오픈런하시는 어르신들이 그렇게 많이 있는 줄이야..

정말 깜짝 놀랐다.

대기의자에 앉아 계시다가 날 발견하시고는 손짓해서 곁이 앉아서 기다리는데

특별히 새로(?) 온 날 위해서 설명을 해준다면서 점장분이 설명을 이어나갔는데.

그런 유형은 아닌 것 같고 일단 강매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그렇게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찌 되었던 보통 자녀나 사위가 모시고 오는 경우는 있어도 장모가 사위를 데려 온 경우는

없다면서 모든 기기 체험을 해주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은 것 같다.

체험을 하면서 또 몰래 하려는 어르신도 있는 거 보면은 재미있기도 했다.

체험장에 가면서 부정적으로 생각 안 한 이유는 그냥 이렇게라도 생각해 주는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어차피 부모님들이 한번 생각하신 것들을 설명하거나 설득한다고 해서 크게 바뀌지는 않기에

그냥 적당한 선에서 함께 해주는 것도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특히 사위의 건강도 생각하겠지만 결국 사위가 건강해야 자신의 딸이 고생을 덜하겠지라는

마음이 더 깃들어 있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얼마나 이쁘고 귀한 막내딸이었는가.

지금 내가 막내딸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그 힘든 상황에서 키우면서

제대로 엄마 역할을 못했다는 자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는 세대이다.

생각해 보니 어머님 하고 단둘이 무엇을 하거나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이쁜 딸을 주신 분인데 그동안 난 무엇을 바라보면서 살아왔는지 이 정도의 여유조차

없었단 말인가? 여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 그것이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옹심이칼국수집에서 드신다고 해서 먹었는데 괜찮았다.

돌아오는 전철에서는 일부러 어머님과 동행을 했는데.

서울 상경기부터 정착기까지 살아온 시절을 들려주셨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이 겪어 온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에 통해서 삶에 대한 풍요롭고 공감적인 연대의식을 이어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다음 세대에서 피어나는 꽃과 열매 맺어주는 토양처럼 말이다.

이런 부모님들의 생각에서 자라서 그런지 성실하려고 노력했고 비록 큰 성공(?)이나 성취가

없는 것 같아도... 또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서 공감해해주는

자녀로 키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례하지 않고 자중할 수 있고 겸손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또 다른 그들의 서사일 것이다.

부모라고 해서 자녀에 대해서 전지적 시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가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주인공이다.

내 이야기도 결국 돌이켜서 철저한 반성을 통해서 다듬어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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