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루틴』_ 소설 쓰는 하루
『작가의 루틴』_ 소설 쓰는 하루, &(앤드)
제목 그대로 작가들의 루틴을 소개하는 글 일곱 편을 묶은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내가 최근에 가장 집중하는 분야가 책과 글쓰기이기 때문.
작가로 사는 일상을 훔쳐본 느낌.
쓰는 일의 고단함에 대해 적은 부분도, 쓰는 일을 하며 사는 자의 행복으로 바꿔 읽게 되는 건,
내가 어린 시절 장래희망을 '작가'라고 적었던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날의 나처럼 작가들의 일상을 궁금해하며,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초고를 쓴 다음 퇴고를 반복한다. 같은 글을 계속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턱 막히는 지점이 온다. 고친 부분을 모조리 다시 되돌리고, 또다시 고치고를 반복한다. 그럴 땐 차라리 원고를 뒤집어 놓고 한 사흘 뒤에 보는 게 더 낫다. 아예 다른 작업을 시작할망정 잠시 손을 놓는 시간이 필요하다.(p132)
-조예은 <조식과 루틴>
김중혁/박솔뫼/범유진/조예은/조해진/천선란/최진영
자신의 루틴을 공개한 일곱 작가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모두 쓰기 위한 체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어떤 종류든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
그중 걷기가 가장 많았다.
소설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그럴 때 늘 산책의 도움을 받는다. 나는 편한 신발을 신고 가방에 지갑과 핸드폰, 생수 한 통만 넣고 3시간을 걷는다. 3시간을 걷는 동안 소설은 무조건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길을 나서면 늘 어느샌가 무언가 시작되어 있다.(p64)
-박솔뫼 <계속하는 것들>
작가들의 자기 얘기이기에 일상의 개성과 글쓰기의 개성이 동시에 드러난다.
일곱 작가의 주제를 풀어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이 드러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문학과 책과 쓰는 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즐거운 독서가 될 듯하다.
루틴을 짜는 이유는 각각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글을 쓰기 위한 루틴을 만들고, 누군가는 공부를 위해, 누군가는 일단 무엇이든 해 보고 싶어서란 이유도 있으리라. 목적이 무엇이든, 루틴을 짜고자 정한 이유가 자신의 주체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것이 관연 건강한 루틴인지를. 일상을 '깎아내는'것이 아닌, 일상을 '다듬는' 루틴이기를 바라는 이유도 그것이다. 일상을 깎아 내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도 깎여 나간다.(p100)
-범유진 <앞으로,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면>
쓰는 이들 모두가 자신을 깎는 루틴이 아닌, 자신을 다듬는 루틴으로 건강한 글쓰기를 하길 바란다. 그 속에서 오늘의 우리를 증언하고, 우리의 상처투성이 역사를 위무해 줄 빛나는 작품들이 탄생하길 기다린다.
* 오늘의 이 역사의 현장도 루틴을 지키는 작가들에 의해 섬세하게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