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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Nov 02. 2024

잘 웃는 사람

_화내지 않지만 잘 웃지는 않아요

잘 웃는 사람


우리 동네 단골 카페의 알바청년은 웃음이 많다.

어린 소년처럼 여드름 돋은 얼굴로 실눈을 하고 웃는 모습이 참 정겹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위해 자주 들르는 곳인데, 

갈 때마다 알바청년의 웃음 핀 얼굴을 보는 일이 퍽 기분 좋다. 

때로 카페에 그 청년이 보이지 않는 날도 있는데, 그럴 때면 어쩐지 마음이 허전하다.


나는 잘 웃지 않는 사람이다. 

웃겨주려 맘 먹고 만든 개그나 코믹 영화에도 잘 웃어주지 않는 사람

(나쁜 사람_ 그런데 사실 어디가 웃긴 건지 잘 몰라서 그러는 거다.)

낯선 이를 향해 웃는 것은 더구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웃음이 얼마나 사람을 환하게 하는지 알고 있기에 

좀 자주 웃자고 혼자 마음먹고는 한다.

물론 마음먹은 만큼 실천이 잘 되지는 않는다. 


세상이 거칠다. 

어디에나 화내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화로써 자기를 주장하는 자는 어쩐지 천박하다.

맵찬 바람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지 못하는 법.

(오해 마시라. 나는 잘 안 웃어줄 뿐 화를 내지는 않는다.)


오늘도 들른 카페에서 알바청년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금세 기분이 좋아진 나도 마주 웃으며 인사한다.

마음 한 켠에 달칵 따뜻한 전구 한 알이 켜진다.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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