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기분이 어때?
미르가 한탄하듯이 말했다.
“아, 역시 부족해.. 이 세상에는 사랑이 너무 부족해.”
진은 의외라는 눈으로 미르를 흘깃 쳐다보다 대답했다.
“아직 남아 있어.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그래도 부족해 난. 언제나 부족했어. 더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 걸.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받는 사랑과 관심에는 조건이 달려. 점점 더 크고 어렵고 복잡한 기준과 조건들이.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건가 봐, 사랑에 야박해지고 뒤에 뭐가 줄줄이 달리는 그런 거. 게다가 사랑은 자꾸만 없어져가는데 우리는 여전히 어릴 때 받던 크기의 변함없는 사랑을 바라잖아. 어쩌면 그래서 매번 그 흔한 사랑놀이에 목을 매나 봐.”
“무슨 말인지 이해 가. 난 예전엔 왜 다들 연애에 목숨 걸고 모든 노래는 사랑을 말하는지 몰랐어, 이해도 안 됐고. 다들 사랑에 미쳐 사리분별 못해 어리석어 보였는데… 이젠 어쩌면 사랑이 모든 삶의 이유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진, 너는 그리울 때 없어? 어릴 때 받던 그 사랑이. 네가 뭘 잘하거나 너의 쓸모를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받던 그 시절 말이야. 난 그 시절을 떠올리면 문득 무서울 정도로 쓸쓸하고 외로워져.”
“… 나도 그리워, 미치도록. 그때는 내 쓸모를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었지… 지금은 끊임없이 내 쓸모와 능력과 특별함을 어필해야 하니까. 사실 난 특별하지도 않은데.”
미르는 두 팔을 넓게 벌리며 더욱 익살스럽게 웃었다.
“이제는 쓸모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거야. 어른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해, 진.”
그 말에 진도 피식 웃었다.
“우리, 정말 어른이 되었네.”
“어른이 된 기분이 어때?”
미르는 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문득 그의 눈동자가 지금 어떤 빛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기에.
진은 비릿한 웃음을 머금으며 답했다.
“슬퍼.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미르도 웃었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비릿한 웃음은 진의 그것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나도 그래.”
“그럼 된 거야.”
“그래, 그거면 된 거야…”
뭐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미르는 그거면 되었다고 말했다. 아마 진도 같은 마음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