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발생한 부상, 장경인대 증후군
친동생과 처음으로 함께한 마라톤. 가족과 함께 이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란 걸 깨닫는다. 생산적인 일에 함께 한다는 것. 둘 다 몸이 건강하다는 것. 너무 감사한 일들이다. 우리는 한 살 터울 아들이 있는데, 내 아들이 한 살 많고, 동생의 아들은 이제 6개월이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뛸 것이고, 이 두 아들도 데리고 와서 함께 뛸 예정이다. 우리 아들들은 어릴 때 부터 달리기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게 될 것이다.
동생은 이미 풀코스를 한 번 완주한 경험이 있고, 나는 풀코스를 뛰어본 적이 없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목표가 될듯하다. 100일 동안 하루도 안 쉬고 열심히 아침 러닝을 해온 나였지만 그래도 하프를 뛰러 나가는 게 새삼 겁이 났다. 가장 최근에 뛰었던 하프에서 심장에 통증을 느끼고 다신 하프를 안 나가겠다고 결심했을 정도니.
그래도 동생과 함께 천천히 뛰면 괜찮지 않을까 하여 도전하게 되었고,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그래도 전날은 그냥 걷기만 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아픈 곳도 없었고, 알 배긴 곳도 다 풀어놨다. 이제 뛰기만 하면 된다.
대회 당일은 약간 쌀쌀한 날씨, 싱글렛과 6인치 반바지로는 추위를 이겨내기 힘들어서, 광화문역 안에서 대기를 최대한 했다가 나갔는데, 물건을 맡기는 게 정말 힘들었다. 부스를 좀 더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우여곡절 끝에 물건을 맡기고 출발선에 들어갔는데, 10km B그룹까지 기다리고 하프 C그룹에서 뛰게 되었다. 8시 출발 예정이었지만 거의 8시 반에 출발. 대기하는 그 시간 동안 춥고 지루해 죽는 줄...
생각보다 코스는 재미있었다. 청계천만 쭉 돌다 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서울시내를 많이 뛸 수 있었다. 을지로 역들을 지나고 DDP도 지나는 등 꽤 재미있었다. 10km가 될 때까지 정말 하나도 안 힘들고 재미있어서 너무 즐겁게 뛰고 있었는데, 내가 러닝을 그만두게 됐던 그 기분 나쁜 통증이 다시 시작됐다. 그것도 왼쪽 무릎. 똑같은 부위.
그때부터 심박수가 올라가면서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레이스가 시작됐다. 그때까지 즐거웠던 내 마라톤이 고통 속으로 빠져들었다. 숨이 가빠오고 헉헉 거리게 되었다. 왼쪽 다리가 아파와 다른 근육들을 더 쓰게 되니 다른쪽들에도 무리가 왔다.
숨을 헐떡거리며 속도는 계속 유지했다. 10km 구간 이후부터 갑자기 햇빛도 나오고, 말 그대로 고통스러웠다. 갑자기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돼서 체력도 한 번에 쭉 빠졌다. 왼쪽 무릎에 이상이 있으니, 왼다리를 내딛는데 갑자기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도 했다.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동생이 옆에서 잘 뛰고 있는데 내가 뒤쳐져서 피해를 주긴 싫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뛰었다. 심박수는 160이 넘어갔다. 평소에 심박수는 빨리 뛰어도 140대인데, 이렇게 천천히 뛰는데 160이 넘어가다니. 아픈 곳이 있으면 이렇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15km, 16km, 끝이 점점 다가와서 계속 뛰었다. 이 레이스가 끝나기만 고대하면서.
레이스를 마치고 골인지점에서 셀카 한 장. 땀도 별로 안 흘린 우리 둘. 그저 고통만이 가득했을 뿐.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동생도 17km 지점 이후부터 왼쪽 다리가 불편했다고 함. 둘 다 똑같이 아프다니. 그것도 같은 부위를. 흠.
이순신 동상 앞에서 사진 한 방. 그래도 마치니 기분은 좋았고. 생각보다 메달도 너무 이쁘게 잘 나와서 좋았다. 불패 마라톤과는 약간 비교가 됐다. 일본 마라톤은 메달이 정말 예쁘던데, 그런데 과연 내가 나가서 완주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생겼다.
맡겨놨던 물건 받아오고 다리를 질질 끌고, 현대사우나에 가서 목욕을 했다. 레이스를 마친 다른 사람들도 많이 와있었다. 그리고 돈수백에 가서 돼지국밥, 수육에 막걸리 한 병씩 마시고 헤어졌다.
집에 오자마자 뻗고, 저녁시간이 돼서 일어났다가. 맥주 2캔과 구운 닭다리를 먹고 바로 잠들었다. 잠자는 내내 무릎이 아파서 고생했다.
지금 알아보니 이건 장경인대에 염증이 생긴 거라고 한다. 많은 러너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이 겪은 문제이고, 원인은 고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져서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고관절 유연성을 기르면 다리가 아프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이제 루틴에 고관절 스트레칭, 그리고 장경인대 스트레칭을 추가해야겠다.
러닝이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취미생활인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정직하고, 인풋대비 아웃풋이 확실한 것 같다. 정직하게 시간을 많이 쓴 사람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운동이다.
6분 페이스로 경기를 마감했다. 당초 목표는 동생과 6:30~7:00 사이로 뛰기로 했었다. 그냥 LSD 훈련한다는 생각으로 나섰는데, 경기에 나서면 항상 초반에 기분이 좋아서 빨리 뛰게 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나름 잘 뛴 거라고 생각했는데 순위가 충격적이었다. 3500등이라니!! 기록엔 신경 안 쓰고, 비교도 하지 않기로 했는데, 너무너무 충격적인 결과였다. 여성분들도 나보다 잘 뛰는 분이 420명이나 된다는 게 놀라웠다. 일단 부상에서 회복하는 게 1번이고, 고관절 유연성 기르면서 계속해서 마일리지를 쌓아나가야겠다. 월 150~200km 마일리지를 6개월간 쌓으면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6개월 동안 고관절 유연성 훈련을 하루 10분씩은 해야겠다. 장경인대가 아프면 절대 완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원인을 찾았고, 해결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잘 해결해서 계속 뛰고 싶다. 정안 되면 러닝 클래스 수업이라도 들어야 할 판. 아프지 않고 뛸 수 있어야 재미가 있을 테니.
일단 무릎 부상 회복 전까진 아침에 걷기라도 하고 스트레칭과 맨몸운동 위주로 열심히 몸을 만들어야겠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이걸 포기하는 순간 내 인생도 끝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