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력서를 손보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2년만 은퇴를 유예하자

by 하크니스

자, 막상 은퇴를 하려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마음은 이미 은퇴를 결심했지만 이제 두 살 된 아이가 있는 40세 아빠는 바로 은퇴를 하면 생활이 힘들다. 따라서 내가 생각한 자금 흐름이 나올 때까지 적어도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 필요했다. 어릴 때면 꿈도 안 꿨을 직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현재 있는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했는지 살펴보면, 생각 없이 반복행동을 하는 일들을 할 때였다. 일종의 뜨개질 효과(?)라고 해야 할까? 생각 없이 어떤 작업을 반복해서 하고 있다 보면 머릿속 잡념들이 없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잘 가고 마지막에 포장을 마무리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해오던 부업의 조기교육 효과랄까?


그래서 내 기존 아이디로 로그인하기 전에(기존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거의 마케팅, 영업, 기획과 관련된 채용 공고만 나온다) 취업사이트를 돌아봤다.


공항에서 일하는 두 명의 친구와 이야기를 해봤고, 보안검색이라는 직군을 찾아냈다. 공항은 일 자체의 업무강도는 낮을 것 같은데 교대 근무라는 게 마음에 좀 걸렸지만 우선 이력서를 넣었다.


집 근처에 공단이 좀 있어 생산라인을 알아봤다. 생산라인도 들어가기 쉬울 것 같고 일하기 수월할 것 같았지만 내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 지원하진 않았다.


에어컨 청소를 하며 돈을 버는 형이 있는데, 그 형에게 돈벌이는 어떤지, 시간은 어떤지 물어볼 계획이다.


택배를 하는 형이 있는데, 그 형에게 돈벌이는 어떤지,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는지 물어볼 계획이다.


배달, 쿠팡 등은 제외시켰다.


1~2년 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화이트칼라보다는 블루칼라 잡을 선호하게 됐다. 생각을 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 보단, 혼자 묵묵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헤매고 있다. 오래 할 일을 찾기보단 아침 7~8시 시간과 오후 5시 시간을 확보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아침 7~8시와 오후 5시가 나의 은퇴 프로젝트의 핵심 시간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 연재 전 까진 방향을 잡아놔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이력서를 수정하고, 경력사항을 정리하다 보니, 벌써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게 실감됐다. 참 많은 곳에서 일하고, 고생했다는 게 느껴졌다.




어제 공항에서 항공 정비사로 일하는 동생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항공 정비사로 자리를 잡은 그 동생이 어딘가 부러웠다. 적성에 맞고 하는 일에서 큰 욕심 안 부리고 재미있게 일하는 동생을 보니 내가 살아온 인생은 왜 이렇게 후회뿐인가 하고, 내심 속마음이 드러났나 보다. 동생이 이렇게 이야길 했다.


'형이 걸어온 인생을 너무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과거들이 모여 지금의 형이 있잖아요'


참 좋은 말인 것 같았다. '이때 이런 선택을 했더라면'하는 후회만 남아있었는데, 이력서를 보다 보니 도전과 시도를 많이 해봤던 내 인생이 대견했다. 어떤 잡을 선택하고, 1~2년을 일하게 될지 아니면 더 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과거, 현재, 미래는 이어져있고, 그 경계는 모호하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감사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은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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