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 Aug 24. 2018

싱가포르 취업, 어렵습디다.

플랜 B 잠시 보류


약 두 달간 거의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며 공고를 확인하고, 관련 업계 헤드헌터에게도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펼쳤다. 매일 이력서를 고쳤고, 현지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조언을 구했고, 해외취업 박람회에도 나가봤다. 그러나 긍정적인 연락이 1도 없었다. 초반에는 "이제 시작이니까 당연한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거절만 당하며 자신감도 떨어졌다.



나는 취준을 하면서 지금 잘 하고 있는 건지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제일 힘들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깜깜한 터널을 혼자 달리는 심정이었다. 물론 취준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하지만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지원자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로 시작되는 거절 메일뿐이라면 누군들 멘탈을 단디 잡을 수 있을까.(사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이런 메일도 안 보내준다. 그냥 읽씹.)


 


"지원자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내 역량이 뛰어나면 면접이라도 보게 해 주든가.




계속해서 탈락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게 많겠지만, 크게 관련 경력 부족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점(=워킹 비자를 발급해줘야 하는 외국인)이 크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한다.




언제나 해외에서 일자리 찾기는 어렵지만, 특히 2017년 싱가포르 자국민 보호 정책의 강화로 외국인이 일자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다시 말해, 외국인으로서 싱가포르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더 막강한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공채 시스템과 달리 해외에서는 entry level 구직자도 예외 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내기를 원한다. 꼭 회사에서 직함을 달고 일한 것만 경험으로 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리쿠루터를 설득시킬 만한 자신만의 스토리나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그러니 겁 없이 경력도, 관련 지식도 부족한 나 같은 지원자는 변변한 면접 기회를 얻기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있지 않다는 점. 사실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한국에서 구직 시도를 해 본 뒤, 여의치 않으면 싱가포르로 건너가려고 했었다. 실제 싱가포르 취업에 성공한 많은 후기가 현지에서 잡을 구했다는 이유에서였는데(아무래도 현지 전화번호가 있고, 직접 컨택이 가능하다는 점은 큰 메리트라는 것이 정설), 하지만 한국에서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실제 내가 조언을 구했던 현직자 분들 대부분이 무작정 싱가포르에 오는 것을 추천하지 않으시기도 했고, 나 스스로도 싱가포르에 간다고 해서 쉽게 취업이 될 거라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취업이 안 되는 이유는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해서였지, 한국에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리고 박살난 내 멘탈 때문에 감히 떠날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부모님 곁에서 하는 취준도 이렇게 힘든데, 싱가포르의 비싼 물가를 혼자 감당하면서 동시에 우울감까지 도지면...? 평소 긍정적인 나지만 당시에는 무모하게 비행기표를 끊을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생각보다도 훨씬 멀리 있었던 너... 싱가포르...






약 2달이 넘는 시간 동안 구직활동을 하면서 내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계속되는 거절과 무관심에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다른 것들은 제쳐두고 특히 직무 관련 경력이나 지식이 없다는 것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는 앞만 보고 달리던 것을 잠시 멈추고 해외취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고민 끝에, 좀 더 다양한 직무 경험을 해 본 후 다시 해외취업에 도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플랜 B는 잠정 보류되었다.





보통 싱가포르 취업을 키워드로 가진 글들은 취업 성공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브런치만 해도 좋은 글들이 너무나 많다. 이 와중에, 나는 환영받지 못할 해외 취업 보류(라고 쓰고 타의적 실패라고 읽는) 후기를 굳이 적는다. 미완성에 그친 결과는 부끄럽지만 치열하게 살았던 내 삶의 일부분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싱가포르 취업은 잠시 '미뤄 둔'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각인시키기 위해 이 글을 공개적으로 적고 내친김에 발행까지 해 본다.




마케터가 된 간호사 ; 전 간호사, 현 마케터의 두 번째 신입 생활

병원 밖으로 나온 간호사 ; 탈간호 후 격한 방황기


인스타그램 계정 @writer.mon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