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잘하는 (전)간호사가 일할 만한 일자리 찾습니다
이번 글은 수많은 공고 중 어떤 포지션에 지원해야 할지 고민했던 과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 경력이 있는 필자의 관점으로 쓰여졌기에 일반적인 해외 취업 준비과정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참 목적 잃은 이력서를 써 내려가던 나는 지원 직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어떤 공고에 지원할지 지원 범위 먼저 다시 고민했다. 물론 연봉은 높을수록, 큰 기업일수록 좋겠지만 자잘한 가지를 다 쳐내고 딱 두 가지의 대 원칙만은 지키기로 했다: 내 스킬 트리 범위 안에 있는 포지션(한 마디로 리쿠루터를 객관적으로 설득할 건덕지가 있는 포지션),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포지션.
이후 싱가포르 구직 사이트를 돌며 지원해 볼 만한 포지션을 구체화했다. 다음은 내가 지원 대상에 삼았던 포지션 목록이다.
장점 : 간호학 전공이 도움이 되겠다. 병원에서 구르며 단련했던 간호사 경력도 충분히 쓸모가 있다.
단점 : 주요 포지션이 Transplant coordinator, Pharmaceutical sales rep처럼 영어를 무조건 잘 해야 하는 포지션이 대부분이다. 같은 직무를 지원하는 싱가포리언이나 모국어가 영어인 외국인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며, 채용 후에도 일을 하는데 문제없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하는데, 슬프게도 나는 자신이 없었다.
장점: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은 한국을 포함한 APAC 지역을 커버하는 경우가 흔하기에, 이런 한국인 채용은 꾸준히 있다. 물론 업무를 위해서는 영어도 필수적으로 구사해야 하지만 1번에 비해서 기준이 매우 낮고, 회사에서도 지원자의 영어 실력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부담이 적다.
단점: 이런 류의 공고는 business development, sales, marketing 직무가 대부분으로 기본 business에 관련 전공자를 원한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최소 관련 직무 2-3년 이상의 경력이 필수 사항. 그리고 나는 관련 지식도, 경험도 없는 간호학 전공자...
장점: 내 전공과 경력도 도움이 되면서, 심지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장점으로 어필이 가능하다. 또, 이전과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 사이에 충분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단점: 공고 자체가 아주아주 드물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지원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런 포지션도 간호사 출신보다 관련 경력자를 훨씬 선호한다.
장점: 우울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취업과 동시에 직무를 변경해 도전하는 것은 너무나도 높은 산이다. 차라리 특정 경력을 1-2년 쌓은 뒤 재도전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단점: 1-2년 뒤에 내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애가 생길 수도 있고, 부모님이 편찮으실 수도 있고, 그 외 한국을 떠나지 못할 이유는 수천 가지다. 별 일 없다 해도 빌빌대다가 쓸 만한 경력을 못 만들면 결국 나이만 먹고 해외 취업의 꿈과는 점점 멀어질 게 뻔하다.
구직 공고를 찾아볼수록 자신감이 사라졌다. 요목조목 따져볼수록 싱가포르에 있는 회사가 날 뽑아 줄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암담했지만 안 되는 이유보다는 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되뇌며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이 시기에는 매일 도서관에 출근해 구직 사이트를 돌며 하루를 시작했다. 3번 관련 공고가 나면 최우선으로 지원했지만 워낙 수가 적었기에 1,2번 공고 중에도 어필해 볼 만 하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지원했다.
그리고 4번은 최후의 수단으로, 최대한 쳐다보지 않으려 했다. (계속)
* 인스타그램 계정 @writer.m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