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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자 Nov 16. 2022

아빠는 인플루언서

본격 육아를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아이에게 어떤 삶의 태도를 가르쳐 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보면 모든 고민들의 원천에 있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삶의 태도를 가르쳐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타인을 널리 이해하고, 세상의 긍정적인 면을 보며, 나날이 조금씩 발전하는 성취감의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삶을 알려주고 싶다가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것을 어떻게 알려줄 것인가.


제일 쉬운 것은 그냥 말로 전달하는 것이다. 아이야, 타인을 널리 이해하거라.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라. 그리고 성취감을 즐기거라. 그런데 그렇게 될 리가 없다. 그랬다면 세상의 모든 잔소리들은 진작에 멸종되었을 것이다.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말은 화려한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전광판과 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표현하고 설명하지만, 정작 관심이 없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고객은 광고 전광판을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제품을 구입할지의 여부는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아마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제품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플루언서를 통해서 제품 자체의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제품의 정보를 통한 이성적 판단보다 더 근원적인 구매욕구를 가지게 된다. 백 마디의 말보다 효과적인 셈이다.


이를 그대로 가져오면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바로 아이의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일일이 말로 가르쳐주기보다는, 내가 먼저 그런 삶을 살면서 행복하게 지내면 된다. 아이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부러움과 닮고 싶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런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사실 되돌아보면 모든 잔소리의 시작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에서 시작된 것 같다. 것이 설령 나의 삶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넌 더 나은 삶을 살거라라고 하는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기는 하지만, 교육이라는 관점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식은 아니었다는 걸 사실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이런 삶의 태도를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어쩌면 아빠인 나의 욕심인 것이고, 아이는 또 다른 삶에 대한 태도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말로 끊임없이 강요하기보다는 무심하게 쓱- 내가 생각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교육인 것 같기도 하다. 그 범위를 넘어서면 그것도 일종의 폭력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 인플루언서의 삶을 살기로 했다. 쉽게 짜증 내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고, 모든 일들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며, 하루하루 조금씩 노력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기로 말이다. 비록 수많은 팔로워가 있지는 않더라도 아이라는 단 한 명의 팔로워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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