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브라우니 레시피
내 앞에 놓인 초콜릿의 깊은 유혹,
은은하게 빛나는 표면을 살짝 눌러보니 푹신하면서도 탄력이 느껴진다.
칼로 자르니 속은 갓 구은 머드 케이크처럼 부드러움이 살아 있다.
손가락으로 브라우니를 가볍게 집어 드니, 부드러우면서도 미묘한 탄성이 느껴진다. 손가락 끝에 닿는 초콜릿의 끈적임.
이 끈적임이 입속에서 부드럽게 퍼질 생각을 하니 어서 한입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입으로 브라우니를 가져가자 진한 카카오향이 코를 먼저 감쌌다.
이어서 연두부 특유의 은은하고 고소함이
뒤따랐다.
초콜릿의 묵직한 달콤함과 연두부의 깔끔한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깊이를 드러냈다.
입안으로 들어온 브라우니는 혀끝에서부터 부드럽게 퍼진다.
일반적인 브라우니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크리미한 연두부가 초콜릿의 진한 맛을 살포시 감싸면서,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녹는다.
카카오의 쌉싸름한 맛이 씹을수록 그 깊이를 드러내고 연두부 특유의 고소한 잔향이 혀끝을 감싸며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
연두부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이질감 없이 조화롭다.
브라우니의 진한 맛은 즐기되 전혀 가볍지 않은 독특한 경험을 선물해 주는 비건 브라우니다.
나는 이 브라우니를 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글을 쓰는데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10년전 나는 유튜브를 찍겠다며 마이크와 조명등 필요한 장비를 샀다.
그 장비를 사용하여 첫 영상을 찍는데 몇년이 걸렸고, 그 영상을 편집하는데 또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 한번의 영상 이후 몇년 동안 나는 이 장비들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몇년이 지나 또 영상 하나를 찍고 편집한 뒤 그대로 이 장비들을 먼지와 친분을 쌓게 몇년을 방치했다.
이번에 나는 아주 큰 마음을 먹고 이 장비들을 다시 꺼냈다. 무슨일이 있어도 30개의 영상을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로.
하지만, 나는 다시 그 각오 앞에서 머뭇거렸다.
첫 영상은 무엇으로 찍을지,
장소는 어디서 할지,
멘트는 무엇으로 할지,
영상 각도는 어떻게 할지,
나레이션을 넣을지 말지,
무슨 요일에 찍을지.
사전 준비를 모두 마치고 촬영을 앞두고서도 나는 망설였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다른날로 할까, 조명이 어두운데 다른 조명을 구입해서 찍을까. 찍으면서 팔이 나올수도 있으니 검정색 옷 말고 다른걸 입고 다시 찍을까, 생각보다 촬영이 길어질 수도 있는데 차라리 다른 날 아침 일찍부터 촬영을 할까, 무수히 많은 생각이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마치 깊은 바다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발끝은 이미 물의 온도를 느끼고 있지만, 차마 온몸을 담글 용기를 내지 못해 그대로 발이 바닥에 단단하게 박혀버린 것 같은.
머뭇거림은 인간의 뇌가 위험을 감지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도록 설계된 결과물이라고 한다.
전두엽의 신중한 판단, 편도체의 위험 감지와 경고, 도파민의 보상과 동기의 조절이 ' 지금이 최선의 타이밍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신호와 '이 행동이 최선이 아니야.' 라며 행동을 막는 것이다.
그 아주 먼 예전에는 이래야만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겁없이 덤비다가는 죽을 수도 있었으니깐 먼저 나서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것이 생존 본능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이 머뭇거림은 위험이다.
아무리 준비를 해도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차라리 시작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실망할 일도 없기에 처한 상황을 회피하게 만든다.
시작하기도 전에 이상적인 결과에 도달하지 못할까 봐 포기하게 만든다.
나는 바다가 어떤 새로운 세계를 펼쳐줄지 한 발을 떼어 확인해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 바다가 위험하더라도 나는 그곳에 발을 담그고 몸을 담궈보고 싶다.
바닥에 단단하게 박혀 마치 동상이 된 듯 그곳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기만 하는 나는, 내가 원하는 내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향해 한발을 내딛는 용기를 냈다.
그 첫발이 '비건 브라우니'다.
머뭇거림은 행동을 먼저 하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이 첫 행동이 나를 바다로 이끌어 줄 것이다.
연두부 100g
유채유 50g
비정제원당 60g
메이플시럽 30g
바닐라 익스트랙 3~4g
소금 1g
아몬드가루 30g
카카오파우더 15g
베이킹파우더 5g
초콜릿 180g
모든 재료를 준비하고 볼에 연두부를 넣어주세요.
연두부를 잘 으깹니다.
준비한 액상재료와 소금을 넣어주세요.
비정제 원당을 넣고,
거품기를 사용하여 모래알 같은 비정제원당의 거끌거림이 없어질 정도로 섞어주세요.
액상 재료를 섞은 볼에 중탕한 초콜릿을 넣어주세요.
초콜릿을 재료들과 잘 섞어주세요.
가루재료를 채에 쳐서 차례대로 내려주세요.
아몬드 가루, 카카오파우더, 베이킹파우더를 넣은 후 잘 섞어줍니다.
잘 섞어진 재료를 브라우니 틀에 담습니다.
예열된 오븐에 160도 35분 굽습니다.
냉장실에서 하루 보관 후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