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시 피어나는 삶의 기록1
나는 책을 좋아한다. 그건 사실이다.
누군가 "취미가 뭐에요?" 라고 물으면 "독서요." 라고 말할 정도로.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는 책 둘 곳이 없어서 큰집으로 이사가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새 책을 사 모으는 걸 좋아했다.
사들인만큼 읽으면 되는데 나의 독서 취향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하나 있었으니,
한권의 책을 끝까지 읽지 않으면 다음 책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중간에 읽는 걸 포기하는 순간 그 책을 포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책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새벽 기상과 운동에 나는 책읽기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나와 내 삶을 변화시킬 답을 책에서 찾고자 했다.
그래서 나의 주 관심사는 '자기계발' 과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였다.
새벽기상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손에 들고 펼지는 것부터했다. 한줄을 읽어도 상관없다.
그저 책을 손에 쥐고 펼쳤다는 것이 중요했다.
어떤 책은 술술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혀진 반면, 어떤 책은 지루하고 한줄 읽기가 힘든 책들도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독서에도 레벨이 있다는 걸.
나는 나의 독서 레벨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헬스 입문자를 '헬린이', 테니스 입문자를 '테린이' 라고 하듯 나는 '독린이'이였다. 책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심 많은 '독린이' .
내가 한권의 책을 왜 끝까지 읽어 내지 못하는지 이유도 책을 읽어나가면서 알게 되었다. 그건 나에게 맞는 레벨의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주었다.
잘 읽혀지지 않는 책은 목차를 보고 읽고 싶은 챕터만 읽었다.
중간에 읽기를 그만 두는 책들이 있어도 괜찮았다. 다른 책을 읽으면 되니깐.
결론이 알고 싶은 책은 뒤에서 부터 읽어나갔다. 꼭 책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으니깐.
예전에는 책 한권이 끝나기 전에는 다른 책을 꺼내지 않았는데, 읽고 싶은 여러 책을 한번에 꺼내어 번갈아 가면서 읽어나가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책을 접하자 중간에 멈춰버린 책들은 그때 잠시 지루해서 흥미를 잃은 것 뿐, 그 구간만 지나면 또 재미있어진다는 것도 알게됐다.
어떤 일이건 힘든 구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게 꼭 마지막까지 힘들지만은 않다라는 것을 책이 알려주었다.
그래서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하나보다.
책 읽기를 하면서 매일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그날의 생각을 기록했다. 머릿속에 8할이 운동 생각이었음으로 거의 모든 글은 운동에 관한 것이었다.
그 당시 썼던 글이다. 유치하지만 나는 이 글들이 무척 소중하다.
제목 : 감사일기
첫째, 나의 작은 발에게 감사합니다.
자신의 크기보다 몇 백배는 무거운 나의 몸을 지탱하며 버텨주고 있는 나의 발에게 감사합니다.
감사는 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은 족욕을 하겠습니다.
둘째, 잘 만져지지는 않지만 나의 무릎에게 감사합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나의 무릎에 감사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은 관절에 좋은 음식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뒤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나의 엉덩이에게 감사합니다.
나의 뒤에서 묵묵히 나를 받쳐주며 배와 밸런스를 맞춰준 나의 엉덩이에게 감사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은 힙업 운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나는대로 적어대던 글은 명상의 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아는 방법과는 다르지만 나를 돌어보고 나를 비워냈으니 이것 역시 명상이 한 형태였다.
내 스타일대로 책을 읽고 내 나름의 명상 방법으로 고요한 새벽을 받아들인 나는, 내 안을 온통 황금으로 채워나가고 있었다.
그 황금빛이 나를 다른 빛의 세상으로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