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시 피어나는 삶의 기록1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일까,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까, 나는 모든 것에 무기력해져 있었다. 운동을 시작한 건 단순한 체중감량이 목적이었다. 거울 속 초라한 내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에.
어김없이 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 한잔을 마시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동작은 기계처럼 정확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잠들어 있던 몸을 깨우고 운동화를 신는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낼 준비를 마친다.
가볍게 러닝을 뛰는 날도 있고, 헬스장을 찾는 날도 있었다. 딱히 정해진 운동은 없었지만 지루하기 그지없던 근력운동이 점점 재미있어지던 시기라 주로 헬스장을 찾았다.
내가 새벽기상을 하고 새벽 운동을 시작하면서 놀랐던 사실 하나는 이른 새벽을 시작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가장 먼저 운동하는 사람일거야, 라고 생각하고 헬스장을 찾으면 꼭 나보다 먼저 와서 운동하는사람은 있다.
헬스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곳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의 전쟁터임을 실감한다.
말없이 묵묵히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사람들, 어제보다 한 번 더 들어올리려고 악을 쓰는 사람들, 1초라도 더 뛰려고 이를 악무는 사람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 자신과의 싸움 중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들의 진지함과 열정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스며들어 내 속에 불꽃을 일으킨다.
스쿼트를 할 때마다 무너진 내 정신력을 다시 세우고, 데드리프트를 할 때마다 바닥에 떨어진 내 자존감을 끌어올렸다. 벤치프레스를 하며 가슴을 활짝 펴는 순간에는 움츠러들었던 내 마음도 함께 펴졌다.
그 과정은 마치 내 인생을 새롭게 하나씩 쌓아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매일 매일이 겹치자 운동은 내게 '규칙과 질서' 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루틴을 수행하고,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내 삶 전체가 체계적으로 변했다. 무계획으로 살았던 예전과 달리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정한 규칙대로 움지이자 하루가 단조로워졌다.
'단조로움은 곧 지루함'이라 여겼는데, 단조로워진 내 하루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돈된 느낌이었다. 정리가 되자 빈 공간이 생겼고 그 곳에는 '여유'라는 것이 깃들어 나는 바삐 움직이는데도 전혀 바쁘지 않았다.
나는 착각을 하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인생은 즐거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가 흥미롭고 자극적인 것들로 채워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채우는 것만 할 줄 알았던 내 하루는 복잡하고 난잡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늘 바빴고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내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지를 알고, 어떤 곳을 비울지를 알자 목표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이 진정한 '열정'인지도 알게 되었다.
'열정' 이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매일같이 반복되는 행동이라는 것.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몸이 아파도 헬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바로 열정이라는 것.
그리고 그 열정이 쌓이고 쌓여서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것을.
나의 한계에 도전하며 느끼는 짜릿함 속에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 속에서, 조금씩 강해져 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뿌듯함 속에서 나는 종종 아빠가 떠올렸다.
아마도 '아빠, 나 이제 이렇게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 라고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내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을 더 갈구했다.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이면 몸이 근질근질 거렸고,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찝찝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래서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내 걸음이 헬스장으로 향하는 순간, 내 몸은 이미 흥분 상태가 되고, 마음은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찼다.
조용한 헬스장에서 울려 퍼지는 철이 부딪히는 소리, 거친 숨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 이 모든 것이 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조차 내게는 승리의 축가처럼 들렸다.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할때면 나는 속으로 '감사하다'고 여러번 말한다. 후끈 달아오른 열감을 식혀주는 물주기가 나의 모든 노페물과 찌꺼기처럼 남아있는 행동들을 씻어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씻겨진 내 앞에는 변화하는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 알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땀 흘린 후의 샤워는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황홀감과 쾌락을 안겨준다. 운동 하는 모든 이들이 이 맛에 운동하는 것이리라.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