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시 피어나는 삶의 기록1
아빠가 돌아가신 후 공포영화의 드론 사운드 (Drone Sound)처럼 밀려오는 침묵이 두려웠다. 그 침묵 속에 베어있는 상실감, 그 깊은 슬픔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명상하는 것이 무서웠다. 그 침묵 속에 잠식될까봐.
그러다 어느날, 온갖 잡념들이 소용돌이 치는 머릿속을 고요하게 만들고 싶었다. 모든 소음을 차단한 깊은 어둠에 빠지고 싶었다. 그렇게도 두려웠던 침묵 속에 고립되고 싶었다.
그냥 모든 것에서부터 조용해지고 싶었다.
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파 명상 속으로 숨어들었다.
드립 커피 한 잔을 들고 조용한 내 방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매트 위에 앉는다.
손에 들고 있는 커피는 바닥에 내려놓는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는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자세도 달라진다. 결가부좌 자세로 앉을 때도 있고, 다리를 쭉 펴고 앉을 때도 있다.
타이머를 15분에 맞춘다.
숲속의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나는 명상 음악을 튼다.
눈을 감는다.
커피 향을 마신다.
차분하게 호흡한다.
내 호흡과 스마트폰에서 흘러 나오는 자연의 소리에 집중한다.
나는 어느새 숲속에 앉아있다.
모든 것에서 도망친 나를 깊은 심해처럼 어둠이 기다려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숲 한가운데에 내가 앉은 자세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다.
고개를 드니 나무들 사이로 눈살을 찡긋하게 만드는 햇살이 비친다.
이끼와 풀들 위에 앉아 있어 엉덩이가 폭신하다. 손끝을 풀에 가져가니 이슬이 또르르 흐른다. 차갑지도 텁텁하지도 않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쳐 볼에 닿는다.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길같다.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흠을 한다.
싱그러운 아침 햇살과 청량한 이슬, 포슬거리는 풀잎, 땅끝에서 피어오르는 묵직한 흙내음, 오래된 나무에서 퍼지는 은은한 껍질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린다.
나는 바다가 보고싶다.
숲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그곳으로 걸어간 나는 주황색 태양을 바라본다. 나는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다. 옷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나를 꼭 안아줬음 좋겠다. 그 마음이 드는 순간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형태를 한 물체가 나타나 나를 꼭 안아준다.
우리는 찰방거리는 모래사장에 앉아 서로의 어깨의 팔을 두르고 수평선을 바라본다.
내 마음은 평온하다. 가볍다. 그리고 잔잔하다.
나는 내 옆에 앉은 인간의 형태를 한 물체가 무엇인지 안다.
그건 나의 ego다.
나의 명상이 특이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시각적인 감각이 발달한 사람이라 명상도 시각적으로 보나보다.
그 숲에서 눈을 뜨는 순간 나의 명상은 시작된다.
왜 숲에서 눈을 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명상 음악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아니면 내가 그런 곳을 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도피처로 찾은 그곳에서 "나는 고유한 가치가 있는 존재" 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