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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Feb 03. 2024

14. 사라진 흔적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재욱은 너무도 힘겨웠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프고 쓰라렸다.


‘안돼!!‘


여자의 뒷모습이 보이고 눈사태에 휩쓸려 어디론가로 사려져 버렸다.


‘안돼!!’ 또다시 재욱이 소리쳤다.


그녀의 뒷모습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쳤지만 들리지 않은 듯했고

그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제발!! 거기 가지 마요!!’

들리지 않는 메아리처럼 재욱의 목소리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또 다시 안개가 드리우고 그녀의 그림자조차 사라졌다.


재욱이 땀을 뻘뻘 흘리며 잠에서 깨 눈을 떴다.


눈꺼풀이 무거운걸 보니 아직도 밤, 차가운 새벽녘을 지나는 시간이었다.


대체 몇 년째 같은 꿈을 꾸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날 이후부터였다. 재욱은 밤에 제대로 잠을 이룬 적이 없었고 그녀가 꿈에서도 아른거려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다.


정신학과를 찾아가 상담도 해보고 약도 먹어보고 별 짓을 다해봤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그때 한시적일 뿐. 빌어먹을 이 꿈은 재욱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뿐 아니라 정신도 갉아먹었다.


재욱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그녀를 도무지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날 소나무 언덕에서 발견된 사상자가 유정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즉, 그날 이후 그녀의 주검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이 아는 최대한의 인맥을 다 동원해서 유정을 찾았지만 찾을 수없었다.


사망을 했다면 묻힌 곳이 있을 테고 그 주검이 잿가루가 되었다면 분명 모셔둔 곳이 있을 것이었다.


답답한 것을 풀지 못한 것에 대한 궁금증일까. 아니면 그때 그날 느낄 수 있었던 풋사랑 같은 감정 때문이었을까.


재욱은 그녀를 놓지 못하고 있는 것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찾으면 찾을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갔고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지칠 대로 지친 마음 그대로 재욱은 후계자가 되었고 결국 그의 아버지의 기업을 이어 가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자리에 있게 된 만큼 재욱은 밖에서는 제정신으로 있어야 했다.


적어도 그를 향한 적들의 앞에서는 말이다.



띠리 리리~~

시끄럽게 그를 깨운 것은 핸드폰 소리였다.


재욱은 그 소리가 알람인 줄 알고 처음엔 무시하려 했다.


‘‘아 맞다….’


그때 재욱이 그를 보조하는 장실장에게 지시한 것이 생각났다.

핸드폰 소리는 다름 아닌 장실장에게서 걸려온 전화 왔다.


- 네, 장실장님.


-아. 상무님.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저번에 말씀하셨던 건으로 급히 전달 사항 있어서요.


재욱은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몸을 확인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가운을 걸쳤다.


다행히 옆에는 아무런 여자들이 없었지만 전날 과음을 한 것이 문제였다.


-네 말씀하세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장실장의 말에 재욱은 갑자기 눈동자가 커진다.




정리정돈이 잘된 정원수가 있고 초록초록한 잔디밭이 운동장처럼 넓다.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가 있었고 넓은 잔디밭에는 자그마한 티테이블 하나 놓여있었다.


그곳에서 중장년의 남자가 여유 있게 커피 한모금을 들이켜고는 휴 하고 숨을 내쉬었다.


재욱의 아버지 인 골든 그룹의 회장 이다.


- 그래서? 아직도 여태 그 여자 찾아다닌단 말이지?


비서로 보이는 한 여자가 중장년의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보고를 했다.


- 현재까지 딱히 실마리는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그런데 며칠 전 장실장이 사진을 하나 입수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회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확실친 않지만 언뜻 그 여자로 보이는 사람이 찍혀있었습니다.


-뭐? 그게 뭔 소리야?


- 그게… 장실장도.. 저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 장실장 모르게 하고 있는 거지?


-아…네..


- 잘 알아봐. 나는 요즘처럼 그 녀석이 정신 차리고 잘 사는 거 앞으로 계속 봤으면 좋겠거든.


비서가 움찔하더니 이내 대답한다.


- 네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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