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친구를 사귀는 것은 참으로 더 어려운 일이다. 내 나이 마흔이 넘으니 대충 말 몇 번 섞어보면
상대가 어떤 성향인지 대충 파악이 된다.
처음 몇 번은 가식을 떨겠지만 커피 한잔 놓고 수다를 떨다 보면 각이 나온다.
'흠. 그래 00 엄마는 이런 성향의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다.'
너무 오만한가. 하지만 난 나름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혼돈의 20대를 보냈고 결혼과 출산육아를 하면서도 워킹을 한 워킹맘의 시절도 보냈다.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대면 해봤다면 해본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대할 때 점점 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나의 가족사 라던지, 내 취미나 내 성향, 내가 가지고 있는 확고한 신념 같은 것을 말이다.
그런 것을 드러내면 내 속을 훤히 비춰 보이는 듯해서 조금 숨기려고 하는 것 같다.
사실상 인간관계라는 것이 내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이 좋지많은 않다.
내 욕심, 내 사치, 내 재력 등등
나를 남에게 많이 알리면 알릴수록 내 약점을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 일 테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 온 지 오래돼서 그런지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쉽사리 친해지지 않는다.
몇 번의 대화를 통해 간을 본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남이 보기에 속물 같은 행동일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느껴지는 것은 (자꾸 나이가 들수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말 나이를 먹었나 보다)
사람 사귀는 것이 예전 같이 (철 모른 20대 마냥)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라 해봤자 고향친구나 옛 동창들이 전부다. 고향친구는 타지를 떠나와 만난 지도 10년 가까이 된 듯하고 옛 동창들이라 해도 동창회에서나 만날까 그 동창회도 결혼하고 육아하면서는 안 가본 지 백 년.
엄마가 되고 나서는 사실 친구라 하기엔 어설픈 동네 언니 동생들이 전부다.
이 사람들이 진짜 친 친구가 될지 말지는 내 노력 여하와 마음에 달렸겠지만
나는 그저 흔하게 동네 00이네 엄마를 찐 친구로 만들 생각이 없다.
그러니 새로 이사를 한다던가 하면 사람을 사귀기에 저절로 거리 두기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 이사를 하고 나서 같은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온다.
먹을 것을 나눠먹자고 주고 같이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내가 겉으로 보기에 꽤나 낙천적이고 외향적으로 보여서 그런 것 같다.
말을 걸면 잘 받아 쳐주고 인상을 쓰고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사귀기 쉬운 사람으로 내비칠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름 만만치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고 외향적으로 보여도 낯을 가리기도 하고 극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가 글 쓰는 게 좋은 건지도?)
주부라고 마냥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사귀기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나 같은 성향이라면 말이다.
동네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아이고~~ 집에서 편하게 집안일하는 엄마들은 모여갖고 코~~ 피도 마시고 입도 털고 좋지~~ 내 딸은 만날 출근하느라고 쉬도 못한다니까.
아니오. 할머님 집에서 편하게 집안일하는 주부들도 마냥 사람 사귀지는 않는답니다. 나름 거리 두기를 하기도 한다고요.
낯을 좀 가리는 나는 이웃의 관심이 그리 편하지 많은 않다.
하지만 이것도 사회성의 문제를 들먹일 수 있는 좋은 이슈이다.
누구네 엄마는 인사도 안 하네 누구네 엄마는 같이 커피도 안 마시네 하는... 까딱하다간 사회 부적응자가 되기 쉬우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뭐 그 이야기도 조금 풀어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