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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없는 주부라서 별다방이 좋은 건 아닙니다

by 작가이유리

아침 9시 아들의 유치원등원을 기다리는 집 앞은 엄마들의 수다소리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기운차게 뛰어다닌다.

아파트 한편의 운동장이 금세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신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은 어서 버스가 와서 아이가 등원했으면 한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순간이 바로 동상이몽의 시간일까.


버스가 오고 아이들이 등원하면 엄마들은 하나같이 후련하다는 얼굴을 한다.

아이가 무사히 등원을 한 것에 대한 고마움기쁨이 동시에 느껴져서일까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등원전쟁을 이제 막 끝낸 기쁨일까.

오늘의 아침 등원 전쟁을 끝낸 전우들이 하나 둘 별다방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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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의 커피 향이 향긋하게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래, 이향기를 맡는 순간 엄마는 잠시동안 가지게 될 자유를 느끼곤 한다.

말 그대로 잠시동안이다. 엄마들마다 그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업주부라 해서 하루종일 시간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등원시킨 그 흔적을 치우는 일과 하루 중 해야 할 집안일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나는 워킹맘에서 전업주부로 이직했다. 하지만 내 일터가 회사에서 집으로 바뀌었다는 것 외에 그리고 몸 노동이라는 것이 추가된 것 외에 달라진 게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전업주부에게 잠시동안의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별다방이 나는 요즘 좋다.


우리 동네 별다방의 아침풍경은 마치 엄마들의 쉼터 느낌이다. 어떤 이는 친구와 어떤 이는 혼자서 책과 함께

어떤 이는 스케치를 하기도 하고...

나는 때론 혼자 앉아 책을 보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별다방의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내가 왠지 부유해 보인다거나 조금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어릴 적 사회 초년생시절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별다방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곳에서 느끼는 한시적인 자유로움일 것이다.

그럼 다른 커피집을 가도 똑같지 않으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커피맛이 다른 것은 둘째 치고도

글쎄. 별다방이 가지는 여유로움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이라고만 해두자.


일 년에 한두 번 마실까 말까 했던 별다방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이제는 하루 중에 없으면 뭔가 허전함을 느낄 정도다.

일 년에 쓰는 커피값을 아끼면 차를 산다는 누군가의 말에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잠시동안의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일주일에 3번 갈 거 2번으로 줄이는 것 외에 내가 더 하고 싶은 액션도 없다.

왠지 모르지만 별다방에서 책도 잘 읽힌다. 왠지 모르지만 글도 더 잘 써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침 별다방으로 간다.


(신선놀음한다고 남편한테 핀잔받을까 봐-아니 내가그냥 눈치 보여서. 커피값은 소소하게 쓰기로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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