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2

(전지적 그의 시점 ) 28. 그래도 당신과 함께 여서

by 작가이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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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하남이 들어왔다-1 (brunch.co.kr)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꼬박.. 그녀는 방에 틀어 박혀서 꼼짝을 하지 못했다.

내가 끼니를 챙겨주기 위해 방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을 내지 않았고

나는 더 걱정이 되어서 허락도 없이 문을 열어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왕 내가 돌볼 거라고 선포까지 했으니 나는 더 과감하게 그녀를 살피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기도 수십 번.


끙하며 앓는 소리를 내다가도 금방 새근새근 잠들길래.

나는 그녀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기도 했다.


어제저녁에는 잠깐 그녀의 방이 불이 켜지기도 했다.


내가 음악을 틀어서 그런가.. 조용한 클래식이었는데. 그녀가 혹시나 들을까?

내방에서 음악을 크게 틀지 않아도 은은하게 소리가 울릴 테니까.

우연인지 어쩐지 음악이 끝나니 그녀의 방의 불도 꺼졌다.


내가 있을 때는 깨어나지 않아서 가져온 식사는 항상 식어 버리고 말았다.

언제 일어나서 먹을지 몰라 새로운 식사를 챙겨 방 안으로 넣어 주었고

약과 함께 꼭 먹으라는 메모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 버리면 그녀와 함께 다이빙을 할 기회도 남지 않을 텐데..


아니. 그녀와 제대로 이야기나 할 수 있을까..?


저녁이 되고 사람들은 다 같이 놀러를 나갔다.

다른 직원들도 다 퇴근을 했고 나는 그녀의 식사와 약을 챙겨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똑..


그녀의 방문을 또 두드렸다.

인기척이 느껴지긴 했는데... 일어난 건가?


- 들어오세요


'엇! 일어난 건가?'


- 컨디션 좀 어때요?

나는 슬쩍 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갔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녀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정말 괜찮아진 모양이었다!


'하.. 다행이다..'


- 제대로 먹지도 못했죠..? 약도 그대로네..


아니나 다를까 내가 갖다 놓은 식사는 먹지도 못한 채 쌓여있었다..


'그래도 약은 먹어야 하는데..'


- 지금은 좀 어때요?


- 아...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꼬르륵... 그녀의 배에서 울린 소리였다.


'아. 역시.'


- 나가서 뭐 좀 먹어요 먹고 싶은 거 있어요?


- 맥주 시원한 거!


그녀에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의 것이었다


- 맥주라니?! 아파서 누워있었던 사람이


- 지금 괜찮다니까 밥은 모르겠고 바다 보면서 시원한 맥주가 너무 당겨!


순간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엉뚱한 발언에 컨디션이 한결 좋아졌음이 느껴졌다.


그녀가 먼저 앞장서 방을 나갔고

앞으로 걸어 나가는 그녀가 잠시 비틀거렸다.


손을 잡아주어야 하나..

나는 계속 그녀가 잘 걸어가는지 주시했고 손을 응시하면서 뒤 따라갔다.


아무도 없는 다이닝이 휑해 보였다.

사람들이 외출했음을 말해주었더니

그녀는 사람들과 같이 나가지 않았냐고 물었다.


- 그쪽은 왜 안 나갔어요 같이 나가 놀지..


- 나요? 누나 혼자 있는데 내가 어딜 가요


'걱정돼서 미치는데 내가 나가 놀 정신이 어딨겠냐고..'




어스름 밤이 되었고 다이닝엔 그녀와 둘 뿐이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왔다.

그녀는 항상 맥주에 얼음을 넣어먹는다.


어느새 그녀의 취향까지 기억하고 있는 나...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너무 낯설긴 했다.



- 맥주는 여기~흠.. 맘껏~ 드셔도 되긴 하는데... 아니다. 너무 많이는 말고 아팠으니까.

흠.. 근데 안주는 뭘 드셔야 되지?


아떼(직원)들도 다 퇴근했고... 먹을만한 게 없었다. 어쩌지.


'이럴 줄 알았으면 식사를 미리 해놓으라 할걸.'


- 은근히 걱정해 주고 챙기는 거 그거 아무한테나 다하죠?


생각지 못한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 응? 아무 나라니요~ 소중한 고객님인데?


아무 나는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고.. 소중한 고객님? 아.. 놔 이 병신..


- 아...


그녀의 아... 는 실망이었을까? 나는 당신은 그저 그런 손님이 아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 소중한 고객님이고... 누나는 특별하니까.


그녀는 정말로 내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 특별? 아니 뭐.. 내가 왜..


특별하다고 말했지만.. 그 이유를 그녀에게 나는 속시원히 말하지 못한다..


- 음.. 누나의 첫 경험을 함께 한 사람. 나도 첫 경험을 같이 했고.


"?"


이건 사실이다. 그녀의 첫 다이빙이었고 나의 첫 실전 강습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두 뺨이 발그레 올라왔다.


혹시 또 열이 오르는 걸까?


- 왜 얼굴이 빨개져요?

나는 또 이마에 손을 갖다 댈 뻔했다.


-아니~ 난 뭐 첫 뭐 ~ 응!? 그러니까 너랑 내가 뭐 첫 키스 뭐 이런 것도 아니고 뭐 응??


'뭐라고?!'


화악.... 나도 얼굴에 열이 올랐다.


순간 그녀의 두 뺨이 발그레진 이유를 알았다.


'이런.. 뭘 생각하는 거야..'


분위기 전환을 해야 해!


- 첫 경험이죠! 누나의 첫 다이빙 그러니까 나도 강사로서 첫 가이드..


'이게 맞지?'


숨 막히는 적막이 흘렀다.


'역시 뭔가 이상했나..?'


..... 이상한 어색함을 깨기 위해 다이닝 한편에 있는 오디오로 노래를 틀었다.

분위기 좋은 사랑 노래가 나오길래 흠칫했지만.


-아... 응? 내가 처음이었구나?

동요하지 않는 반응이었다.


-응 사실 그전에는 이론 강의만 맡았었어요. 강사 자격 딴지 얼마 안 되었어서


나는 빠르게 내 상황을 설명했다. 자세한 것은 말하지 않았지만..


-아.. 그랬구나.. 난 또..


-아 근데 실전 다이빙은 수없이 했으니까 내 실력을 의심하진 말고? 그때 봤죠?


-응... 알지 알지~ 아유~ 뭐 잘하던데?


갑자기 능청스럽게 말을 하는 그녀가 웃겼다. 왜냐면 또다시 볼이 발그레 올라왔으니까.


'아.. 대체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나는 얼른 뭔가 먹을 것을 해줘야겠다 생각했다.

뒤쪽 키친룸으로 가보니 라면이 여러 개 있었다.


'이거다!'


-일단.. 뭐 좀먹게요. 아 라면 끓일까요? 내가 또 라면은 기가 막히게 하죠


믿지 못하겠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그녀.

그 모습 또한 귀여워서 입틀막을 할 뻔했다.


-왜? 못 믿어요? 씁.... 한번 맛보면 진짜 못 잊을 텐데~ 이거 못 잊어서 여기 또 올 텐데


-뭘 못 잊어?


'잊지 않았으면.. 아니... 또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순간 떠오른 생각은 다름 아닌 내 진심이었다.


- 뭘 생각하는데? 라면 말하는데?


나는 애써 라면이라고 화제를 돌렸지만.. 그 순간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니었다.


굳이 내가 라면이라고 말한 건.. 그렇게 라도 그녀가 날 기억해주었으면 해서였나.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함께 맥주를 마시고 행복해하는 저 모습이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저 내 욕심일까?


- 흠~ 좋다. 오늘 날씨도 좋고. 파도 소리도 좋고. 누나 컨디션도 좋고


' 그리고 당신과 함께 있어서.. 너무 좋다.'


- 오 꽤나 감성적이네? 날씨에 파도 소리에.


- 그런가? 내가 또 한 감성 하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대화를 이어갔지만 나는 점점 더 두근거렸고 애써 그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게 그녀를 향하고 그녀를 생각나게 하고

심지어는 들리는 모든 노래가 그녀를 떠오르게 했다.


살랑살랑바람이 부는데 그녀의 머리칼이 날렸다. 나는 그걸 보는 것조차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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