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연하남이 들어왔다 (brunch.co.kr) 연하남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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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고 외출을 하는 내내 J가 내 옆을 차지했다.
J는 쉴세 없이 떠들어 댔고 나는 맞장구를 쳐주거나 대답도 해줘야 했다.
'그래 이왕 하기로 한 거. 질투심 유발 작전.. 한번 해보자'
백밀러로 그녀의 표정을 살폈지만 그녀는 내내 창밖만 응시했다.
그녀와 말 좀 섞으려 하면 제이가 끼어들었다.
'하... 뭔가 안 풀린다..'
타운까지는 너무 멀기도 했다. 나는 근처 로컬 시장을 구경시켜 주기로 하고 그곳으로 안내했다.
덥고 습한 이 필리핀의 날씨. 그날따라 난 더 짜증 났던 건 확실하다.
제이는 내 옆을 떠나지를 않았고 그녀와 말은커녕 눈빛 한번 주고받지 못했다.
그러면 그냥 질투심이라도 나게 해 보자. 아주 충실하게 말이다.
제이는 연신 쫑알대며 시장을 휩쓸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다니며 제이의 장단을 맞춰주었다.
소민누나와 그녀가 작은 장신구들 같은 것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는 몇 개를 만지작 거리기도 했고 별로 관심 없는 듯 그냥 멍하게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유난히 반짝 거리는 은색 팔찌 앞에 멈춰 섰고 그것을 들었다 놨다 유심히 보고 다시 내려놓았다.
- 아 진짜 필요 없어. 뭐 하러 쓸데없이 돈을 써
그녀는 아무것도 흥미가 없는 걸까.
하지만... 이 팔찌는 그녀에게 너무 잘 어울리겠는걸?
하얗고 가느다란 그녀의 손목에 차면 예쁘겠다..
나는 그걸 조용히 계산하고 포장지에 감쌌다.
소민 누나와 그녀는 먼저 차에 올라탔고 나는 제이의 많은 짐들을 들어줘야 했다.
'과하다 진짜... 이 시장에서 이렇게 살게 많았던가?'
-앙~ ~ 오빠 근처에 뭐 군것질할 데 없어? 과자 같은 거라도~
-아.. 과자 같은 거 파는 데는 있는데 갈까?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역시 관심 없네..
J가 뒷좌석을 보고 갖은 애교를 피웠다. 그녀는 약간 귀찮다는 듯 알았다고 손을 들었고
소민 누나는 뭘 그리 많이 샀냐며 핀잔을 주었다.
- 너 오늘날 잡았지? 가지고 온돈 다쓰는 거지?
- 아잉 뭐 산 것도 없는데?
나는 J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토닥.
- 많이 사긴 했네~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질투심을 유발하려 마음먹고 있었지만...
방금 이건 좀 과했을까?
살짝만 건드려서인지 발작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약간 질투하기를 원했지만 다른 오해를 하는 건 싫은데...
리조트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 죽는 줄 알았다.
내 마음이 머리도 제대로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 했다.
오후의 다이빙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라이센스를 따고 난 다음 두 번 정도는 다이빙 강습을 했다.
바다에 익숙해지고 그 바다를 온전히 느끼게 하고 싶어 조금은 힘들게 스케줄을 넣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보다 확실히 더 입수할 때는 안정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난 그녀를 계속 리드해야 하고 그녀를 지켜야 했다.
입수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치고 싶었지만 시선을 내게 돌리지 않았다.
'왜 그러지?'
혹시 낮에 나간 외출 때문에 마음이 상했나?
아님..
내가 너무 오버했나?
질투심 유발 작전... 그거 괜히 했을까?
오만가지 생각으로 입수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녀는 이제 내가 손을 잡아 주지 않아도 뒤에서 유영하며 잘 따라왔다.
내가 슬쩍 손을 내밀었지만 잡지 않았다.
'잘 따라오고 있겠지? ' 나는 그녀를 향해 바라보면서 뒤로 유영했다.
일부러 그녀를 지켜보면서 가야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꾸 사람들 쪽으로 더 향했다.
'나와 같이 있기 싫은 건가?'
하지만 그럼 안 돼.. 그녀가 날 지금 당장 보기 싫다 해도 난 그녀의 담당이었고
바닷속에서 그녀를 책임져야 했으니까.
하지만... 나도 어색한 나머지 뒤돌아서 보다가 앞으로 다시 돌아버렸다.
'내 마음 같지 않네...'
몇 분 지났을까? 뒤에 있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누나?!'
그녀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