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모가 작다. 연봉이 높지 않다. 사옥 등 외형적 기준이 다소 아쉽다. 지망생들이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아니다.’ (단점)
- ‘어느 정도 워라밸 가능. 업계 평판이 좋다. 본연의 업무만 시킨다. 사옥 주변이 핫플레이스.’ (장점)
위 글은 A회사 채용공고의 일부다. 장점보다 단점을 앞세운 공고에서는 회사로 치면 치부로 봄 직한 약점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단점들이 부정적인 인상을 주게 마련인데도 이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공고는 많은 취준생들에게 환영받았다. 게시물마다 댓글이 한두 개 있을까 말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회 수 5천 이상이 넘었고, 댓글도 수십 개 달렸다.
취준생들이 반긴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그 중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먼저 다른 채용공고와 차별되는 솔직함이다. 흔히 접하는 대부분의 채용공고는 회사를 가장 이상적이고 멋있게 포장한 형태다. 좋은 인재를 뽑아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보다 비전 있는 곳으로 보이는 편이 중요할 터다. 하지만 일방적인 자기 자랑을 보노라면 ‘건실한 회사’라는 인상은 줄지언정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기는 쉽지 않다. 회사든 취준생이든 장점만 있는 곳은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A사의 솔직함은 서로 잘 보이기에만 치중했던 취업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준 듯하다.
A사는 취준생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지만 기업들이 숨겼던 연봉 정보도 인턴과 신입, 경력 연차별로 세부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솔직함에 방점을 찍었다.
해당 공고가 권력의 불균형에 작은 균열을 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의 취업시장은 회사가 갑, 취준생이 을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회사는 취준생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주기도 꺼려 하면서 취준생들에게는 논문 수준의 자기소개서와 서류를 요구한다. 채용일정마저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아 ‘회사의 선택’을 받을 때까지 준비생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잦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진 취준생들에게는 표면적으로나마 먼저 회사를 판단할 기회를 열어 둔 점이 반갑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곳들도 취준생만큼이나 이렇게 공고문에 진심을 담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한 취준생의 댓글에서 마음을 읽는다. 취준생들이 채용 절차에서 원하는 바는 멋들어진 문구가 아니라 존중받는다는 진심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각 기업의 하반기 채용이 한창이다. 그 과정이 기울어진 행위가 아닌 서로 배려하고 상생하는 모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