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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Sep 18. 2023

액세서리 없이 살기


평소에 몸에 걸치는 특별한 액세서리가 없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매일 쓰는 새틴 소재의 머리끈 하나, 오래전에 사 둔 기본 머리끈 몇 개, 머리를 틀어 올릴 수 있는 커다란 집게 핀이 전부다. 흔한 손목시계도 없다. 귀걸이도 반지도 팔찌도 목걸이도 없다. 모자가 액세서리 축에 낀다면 매일 쓰고 다니는 검은색 모자 하나가 있다.


일찍이 귀를 뚫었지만 귀걸이를 하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아마도 귀를 뚫은 곳은 진즉 막혔을 테다. 가장 최근엔 반지를 세 개씩 끼고 다니기도 했는데 그게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잠깐이었지만 화려한 네일 아트도 즐겨했던 시기였다. 분명 반짝이는 걸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처음부터 이런 취향은 아니었다.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반지 등 갖은 보석에 환장하진 않았어도 예쁜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중학생 때 호기롭게 제 손으로 귀를 뚫기까지 할 만큼 한때는 미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른 나이부터 멋을 부리면 금세 질리기라도 하는 것인지, 반대로 성인이 되어서는 과한 치장을 즐겨하지 않는 편이었다. 패션에 관심은 많았지만 대학생 때도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했다. 머리를 묶는 건 항상 검은색 기본 머리끈, 그리고 단정한 손목시계 하나만 가끔 착용했었다. 심플한 게 좋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면 금이나 은, '진짜'가 아니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까다로운 피부 덕도 보지 않았을까 싶다. 모 아니면 도인 성격 탓에 관리가 까다로운 것은 귀찮게 여겨졌을지 모른다. 그래서 쉽게 포기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몸에 이것저것 걸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손목시계를 착용했을 때도 땀이 차거나 불편했고 귀걸이와 반지를 착용했을 때도 씻을 때 성가시곤 했다. 보석은 예쁜데 ‘예쁘다’가 전부다. ‘갖고 싶다’로 연결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유지할 것 같다. 액세서리를 한 가지 구비하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손목시계일 것이다. 역시 장식의 목적보다는 기능이다. 내 폰의 첫 번째 기능은 시계 역할인지라 손목시계가 하나 있으면 스마트폰도 집에 두고 가벼운 외출도 가능해질 듯하다. 언젠가 스마트폰 없이 지내볼 계획도 있다. 언제든 필요한 것이 생긴다면 들일 생각이 있지만 단지 지금은 필요한 게 없다.


마지막으로 반지 얘기가 나온 김에 결혼반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 보자면, 최근에 한 가지 확립된 생각이 하나 있다. 나는 미혼이지만 결혼을 꿈꾸지도 비혼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결혼반지 없이 결혼을 하겠다는 것. 그러니 내가 먼저 청혼을 해야겠다는 것. 여기까지. 그 이상은 모르겠다. 아무튼, 결혼반지도 필요 없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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