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군것질은 나의 오랜 식습관이었다. 좋아하는 과자를 나열해 보라고 하면 자신 있게 열거할 정도로 많은 과자를 좋아했고, 초콜릿, 젤리뿐만 아니라 스콘, 쿠키,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를 즐겨 먹었다. 시럽을 가득 뿌린 프렌치토스트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고, 과일에 생크림을 찍어 먹는 것도 좋아했다. 음료는 밀크티와 요거트스무디를 좋아했고 특히 따뜻한 홍차와 함께 먹는 달달한 디저트의 조합을 가장 좋아했다.
지인들과 만나면 식사 후 2차로 카페를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달달한 음료와 달콤한 디저트를 함께 먹어도 물리지도 않고 잘 먹었다. 내 입맛은 계속해서 달고 단것을 찾았다. '단맛에 미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것을 먹지 않으면 도무지 에너지가 나지 않았다. 나는 대체 어디에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었던 걸까?
자주 아침을 굶고 회사 탕비실에 있는 과자로 허기를 달랜 적이 많았다. 식사를 제때 챙기지 않으니 힘이 나지 않은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디저트를 먹기 위해 밥을 먹기도 했다. 밥 배, 디저트 배가 따로 있지만 디저트를 먹을 배를 남겨 두기 위해 밥을 적게 먹기까지 했다. 본식보다 후식이 메인이었고, 그만큼 디저트에 진심이었다.
밥 배를 든든히 채우면 과자며 달콤한 디저트들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디저트를 먹는 것도 결국엔 습관이다. 나는 디저트가 하루의 활력소이자 소소한 행복이라 생각했건만 실은 내가 만든 습관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뿐이었다.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 '디저트로 마무리해야 된다'는 것도 모두 습관에 불과하다.
매 끼 집밥을 든든하게 잘 챙겨 먹기 시작하면서 간식에 대한 욕구도 줄어들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과자와 디저트도 지금은 먹지 않는 음식이 되었다. "절대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닌데 자연식물식을 하게 된 이후로 예전에 좋아했던 음식들은 기억을 더듬어 떠올려야 할 정도로 자연스레 멀어졌다.
인위적인 음식과 거리를 두고 자연스러운 음식을 가까이하자 단맛에 대한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지금은 달콤한 음료와 디저트에 끌리지 않는다. 이제 내 혀는 이 음식이 설탕이나 인공 감미료로 단맛을 냈는지 아닌지 분간할 정도로 순수해졌다. 내가 이제 간식으로 먹는 것은 삶은 고구마 정도다. 매일 먹는 고구마가 질리지 않고 맛있어서 고구마도 과분하게 느껴지곤 한다. 당도 높은 밀크티도 향긋한 홍차도 필요 없고 물만 마셔도 충분하다.
사실 이미 충분한 식사를 마쳤다면 식후에 먹는 디저트는 필요하지 않은 음식이다. 자기 절제의 미학을 가르쳤던 스토아학파에서는 이미 가지고 있는 걸 원하는 법을 배우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걸 원하는 법을 알지 못하여 음식에 있어서도 계속해서 다른 맛을 탐하는 건 아닐까. 음식을 끊임없이 갈구할 때는 만족을 몰랐다. 물 한 잔과 소박한 식사로부터 비로소 만족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없이 살기 70. 디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