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빨래하는 히키코모리다. 나의 하루는 빨래로 시작된다. 매일 아침 손빨래를 한다. 일어나면 이불을 개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 앞치마를 두르고 빨랫감을 챙겨 욕실로 향한다.
필요한 건 면장갑, 고무장갑, 비누. 흰색 면장갑 위에 갈색 고무장갑을 착용한다. 가벼운 빨래는 맨손으로 하기도 하지만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장갑을 낀다. 수세미에 비누를 묻혀 세면대를 깨끗이 닦은 다음 빨래를 시작한다. 세탁 세제로는 물에 비누를 녹여서 사용한다. 물기를 꾹 짜서 건조대에 널어 말리면 끝. 이제 햇볕과 바람에 모두 맡길 시간이다.
빨래가 끝났다면 중요한 일과를 마친 동시에 아침 일과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이다. 손빨래는 아침을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옷을 손으로 헹구며 밤새 머릿속을 떠나지 못한 잡념들도 물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상쾌함으로 하루를 연다. 몸을 움직이고 나면 정신도 맑아진다.
빨래는 글쓰기의 워밍업이다. 오전에 밥 먹기 전까지 하는 일은 글쓰기다. 일어나자마자 책상 앞에 앉아서 바로 글을 쓰기보다 손빨래를 하며 몸을 움직여 뇌를 깨운다. 아침에 하는 가벼운 운동은 두뇌 기능이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된다. 손빨래를 아침 운동으로 삼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손빨래를 한다.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손빨래가 어려운 이불 빨래를 할 때만 세탁기를 쓴다. 옷은 전부 손빨래를 하고 있다. 매일 빨래하는 건 전날 사용한 수건, 손수건, 속옷이다. 여름에는 옷을 매일 빨지만 다른 계절에는 빨랫감이 적다. 속옷은 저녁에 샤워하면서 같이 빨래를 하고, 매일 조금씩 하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다.
손빨래가 아니어도 좋다. 세탁기를 매일 돌릴 필요도 없다. 빨래를 오래 미루지 않는 게 중요하다. 빨래를 집안일이 아니라 식전, 식후에 하는 가벼운 운동으로 삼아 보면 어떨까?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돌리는 동안 청소나 설거지를 할 수도 있다.
건조대에 젖은 빨래를 하나씩 차곡차곡 널면서 생각도 함께 널어 보자. 그늘진 생각과 마음도 함께 햇볕과 바람에 말리자. 빨래는 세탁기에게 맡겼다면 빨래를 너는 일만큼은 나의 특권으로 삼자. 빨래를 너는 시간도 명상하듯이 즐기자. 빨래가 다 마르면 보송보송한 옷들을 탈탈 털어 곱게 갠 다음 정리하자.
밀려 있는 빨래를 지금 하자. 깨끗해진 옷의 냄새와 촉감은 기분이 절로 좋아지게 만든다. 샤워를 하며 머리를 한 차례 깨끗이 비워냈다면, 빨래가 차마 떨어져 나가지 않고 옷에 묻어 있던 마음의 먼지까지 씻어 줄 것이다. 깨끗한 옷을 입고 맑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자.
자, 이제 당신은 정말 깨끗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