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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May 25. 2023

치약 없이 살기


청결에 있어서는 부지런한 편이다. 설거지는 꼭 밥을 먹고 바로 해야 하고, 매일 깨끗이 씻고, 매일 방 청소를 꼭 해야 한다. 잠옷이 아니면 잠자리에 눕지 않는다. 외출 후엔 휴대폰을 알콜 솜으로 닦는다. 이어폰, 마우스, 키보드도 자주 소독한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면 바로 주워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이는 치약 없이 칫솔로만 닦는다. 음…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긴 하다.


사실 치약을 쓰지 않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기름, 설탕, 가공 음식을 먹지 않는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이후로 가끔 물로만 양치를 한 적이 있다. 과일만 먹었을 때는 치약을 짜지 않고 가볍게 칫솔질만 했다. 그렇게 간헐적으로 시도를 하다가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치약을 쓰지 않기 시작했다. 치약이 다 떨어진 시점이었다.


평소에 치약을 콩알도 안 되게 찔끔 짜서 쓴다. 정말 묻히는 정도로만. 그래서 물 양치에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치약을 많이 쓰지 않아서 일반 용량이 아닌 휴대용 치약을 사서 쓰고 있었다.


치약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일단 그냥 닦아 보자 싶었다. 치약 없이 칫솔만으로 양치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을 봐 온 데다 직접 해 본 경험이 있기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쉬운 일이었고 역시나 예상대로 별문제가 없었다. 일단 기름을 먹지 않으니 뭘 먹어도 입 안이 그렇게 더러워지는 경우가 없다. 가끔 과일과 생채소를 먹을 땐 양치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곤 한다. (그래도 한다) 게다가 마늘, 양파 같은 오신채를 평소에 먹지 않아서 치약으로 냄새를 없앨 필요가 없다.




치약을 쓰지 않으면 좋은 점


치약을 쓰면 여러 번 헹궈도 치약이 입에 남아 있는 듯하여 찝찝하다. 치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물로 많이 헹구지 않아도 돼서 좋다. 개인적으로 편리한 점은 칫솔만 챙기면 된다는 것이다. 칫솔과 치약을 욕실에 보관하지 않아서 매번 미리 준비해서 들어가는데 챙길 게 하나 줄어서 편하다. 당연히 치약을 구입, 보관하는 비용, 치약 튜브를 잘라서 남은 것까지 싹싹 비우고 뚜껑과 튜브를 분리해서 버리는 수고로움도 없다. 플라스틱 쓰레기도 나오지 않는다. 가장 좋은 건 치약 성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칫솔은 항상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보관



구취 걱정?


없다. 치약을 쓰지 않은 뒤로 특별히 구취가 나는 일은 없었다. 자극적이거나 강한 냄새가 나는 음식을 먹지 않아서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인 식사를 하면서도 치약을 쓰지 않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구취 문제는 특별히 없다고 한다. 사실 치약은 플라그를 제거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중요한 건 칫솔질이다. 치약을 쓰지 않으니 더 세심하게 꼼꼼히 이를 닦게 된다.


치약은 굉장히 자극적이다. 특히 민트 향이 강한 일반 치약은 매워서 쓰기가 힘들다. 그래서 순한 치약을 썼는데 그것도 가끔 자극적으로 느껴지곤 했다. 치약을 사용할 때면 매번 양치질 후에 콧물이 났다. 그런데 치약을 쓰지 않자 콧물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치약 성분이 자극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가 매일 쓰는 치약에도 유해 물질이 있다. 불소, 계면활성제가 좋지 않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치약이 청소 세제로 탁월한 건 그만큼 세정력이 강하다는 것인데, 그렇게 강한 세제를 입 안을 닦는 데 쓰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치약 대신 죽염 같은 대체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칫솔질만 잘해도 충분할 것 같다. 고민이라면 만약을 위해 치약을 구비해 둘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가끔 오신채가 들어간 김치를 먹기 때문에 아직 치약을 완전히 졸업할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가끔 사용할 물건을 사두기도 애매하다. 그렇다면 그 음식들을 과감히 포기한다는 해결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치약도 더 이상 생활필수품이 아니다. 상상도 못 했던 일! 먹는 음식이 바뀌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칫솔과 컵만 들고 욕실로 향한다. 한결 편하다.





나, 자연인이 되어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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