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옷장, 커튼이 없는 방에서 산다. 청소기 없이 청소하고 세탁기 없이 빨래하고 전기밥솥 대신 냄비로 밥을 지어먹는다. 술, 담배도 하지 않고 커피, 차도 마시지 않는다. 선크림조차 바르지 않고 물로만 씻는다. 미용실에 가지 않고 집에서 셀프로 머리를 자르고 불필요한 쇼핑은 하지 않는다.
미니멀라이프를 알게 된 지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이제는 사지 않는 물건도 많고 하지 않는 일도 많다. 그리고 더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활을 하고 있다. 나의 변화가 스스로도 놀라워서 그 과정을 제대로 짚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없이도 살 수 있는 물건’을 하나둘 적어 보기 시작했다. 지금 내 방에 없는 물건, 집에 있으나 쓰지 않는 물건, 그리고 없어도 될 것 같은 물건, 없이 지내 보고 싶은 물건까지.
침대, 옷장, 커튼, 세탁기, 청소기, 전기밥솥, 빨래바구니, 티슈, 이어폰...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 치약, 선크림...
차(Tea), 식용유, 설탕, 프라이팬, 주방세제...
많은 물건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염색, 펌, 화장처럼 더 이상 하지 않는 일도 많아졌다. 이제는 더 많은 물건 없이도, 더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물건, 있고 없음 조차 생각지 못했던 물건, 습관처럼 늘 하던 일, 그러나 지금은 불필요한 물건과 일에 대해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발적 없이 살기
첫 번째 이야기, 물건 편
자발적 없이 살기는 내가 비워낸 것들과 벗어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15가지 물건 미리 보기]
가구 : 침대, 옷장, 커튼
가전 :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생필품 : 빨래바구니, 티슈, 샴푸, 린스, 폼클렌저, 선크림, 화장품, 치약, 형광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