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잠을 잔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어렸을 때는 침대 생활을 하다가 성인이 되어 바닥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침대 프레임을 버렸고 그리고 다음 이사를 가면서 매트리스까지 버렸다. 그 이후로 바닥 생활을 쭉 하고 있다. 이건 미니멀라이프를 알기도 훨씬 전의 일이다.
침대가 없으면 좋은 점
1. 쉬운 청소
침대를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청소 때문이다. 침대 밑에 먼지가 쌓이는 게 너무 싫다. 침대 없는, 작지만 너른 방을 슥슥 닦기만 하면 1~2분이면 끝나는 청소를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다. 미니멀리즘보다 귀차니즘이 우선적으로 장착되어 있는 사람. 그런 의미에서 미니멀라이프는 귀차니스트를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 공간 확보
방에 침대가 없으면 답답한 느낌이 없다. 침대 모서리에 찍혀서 아파할 일도 없다. 방이 훤하다. 방이 좁아 보이는 이유는 방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침대 때문일지도 모른다.
3. 비용 절약
침대를 구입, 교체하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매트리스는 수명이 있어서 한 부분이 꺼지기라도 하면 교체를 해야 된다. 그리고 매트리스에 서식하는 진드기, 균을 걱정해서 매트리스를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청소하는 비용도 들지 않는다. 심지어 침대와 매트리스는 버리는 것도 일이고 돈이다. 매트리스 커버도 필요 없다. 침대가 없으면 이삿짐도 줄어드니 이사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은 변화가 하나 있다. 바로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눕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침대가 있으면 슬며시 앉게 되고 눕게 된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다가도 뒤에 편한 침대가 있으면 눕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거실에 소파가 있으면 누워서 TV를 보는 것과 같다. (깨끗하게 씻고 잠옷을 입어야만 잠자리에 드는 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쉬는 날이라고 해서 드러누워 있지 않는다. 대신 가끔 이불에서 미적거리다 느긋하게 일어나곤 한다.
없다. 처음에 바닥에서 잘 때는 배겨서 불편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인간은 원래 흙바닥에서 잠을 잤다. 침대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실제로 바닥에서 자는 경우와 침대에서 자는 경우의 수면의 질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서 수면의 질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아무튼, 침대 없이도 잘 자고 있다. (신체 건강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것)
지금은 반대로 침대가 불편하다. 지난 여행에서 숙소의 푹신한 침대에서 일주일을 자보니 허리가 너무 아파서 바닥에 누워 잘 뻔했다. 침대는 이제 불편해서 못 쓰겠다. 좋은 침대는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생활에 불편함이 없으니 굳이 필요가 없다. 만약 침대가 있는 집으로 이사하게 된다면 주저 없이 없앨 것이다.
침대 없이 산다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는데 댓글로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겨울에는 온수 매트를 켜고 자니까 문제가 없고, 오히려 이른 봄에 냉기를 느끼곤 한다. 3~4월에도 쌀쌀할 때가 있기 때문에 겨울이 지났다고 해서 온수 매트를 정리하지 않고 둔다. 자기 전에 잠깐 켰다가 끄고 자면 따뜻하게 잘 수 있다. 겨울에 추운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터라 바닥 냉기는 큰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 추우면 옷을 더 껴입으면 그만이다. 반대로 여름에는 찬 바닥이 시원해서 일부러 맨바닥에 드러눕곤 한다. 그런 장점도 있다.
목제 침대와 하얀 이불이 깔린 방에 대한 로망은 사라졌다. 이 집에 이사를 했을 때만 해도 화이트 침구 세트를 장만하려고 했으나, 또다시 모태 귀차니즘이 발동했으니. 가벼운 여름 이불과 베개 커버를 산 이후로 집에 있는 아무 이불이나 깔고 덮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겨울 이불과 매트는 세탁이 불편해서 커버가 분리되는 것으로 바꿀 의향이 있다. 물을 절약하려는 게 목적인데, 가능하다면 중고거래를 할 계획이다. 중고거래 앱에 마음에 드는 이불이 올라오면 좋겠다.
없이 살기 1. 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