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심리
심리 공부를 하며 수포자로 반백년을 살아온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한다. 숫자를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멀리하는 것은 스스로 수포자이기에 난 숫자 감각이 절대 없다고 믿기 때문이지 않을까? 의미 없는 것, 스스로 납득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내 성향이다.
숫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게 계산식이 주어지고 그걸 그대로 하라고 하면,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 숫자를 건성으로 보게 되다. 숫자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되면 재미를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사경인 회계사의 회사명 ‘데이토리’ 의 의미처럼, Data에 숨겨져 있는 Story 를 발견해가는 재미는 꽤 짜릿함을 준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된다.
아이디얼리스트 공부법
이번에 사경인 회계사의 재무제표 강의를 들으며 아이디얼리스트가 숫자를 어떻게 분석하고 접근해가는지를 알게 되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낯설고 생소한 회계 용어들을 자꾸 들여다보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책과 네이버에서 찾아보며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강의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가 안 돼도 한번 소설책 보듯이 훑어보며 전체 사이즈를 파악하는 것은, 깊이를 알 수 없어 파악되지 않는 대상을 접할 때 오는 불안감을 훨씬 덜어낼 수 있다. 처음부터 작은 범위에 에너지를 집중하면 지쳐서 끝까지 갈 수가 없다.
처음에는 전체를 휑하니 훑는다는 느낌으로 소설 보듯이 보는 게 좋다. 그다음에는 궁금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 단어를 찾아가면서 그것에 연관되는 곳으로 자꾸 관심을 확장해간다. 꼭 순서대로 공부할 필요도 없고, 궁금한 것 찾아서 먼저 보고, 그와 연관되는 사항을 스스로 기억하기 쉬운 내 방식대로 정리한다.
생각해보니 영화학과 간다고 학교 때려치우고 장수하던 그 시절, 난 교과서를 소설책 읽듯이 반복해서 읽고 어느 정도 사이즈를 파악한 후, 궁금해가는 것들 중심으로 공부를 했다. 당연히 순서대로 공부하지 않고 앞뒤를 오가며 궁금한 것을 해결했고, 문제를 풀고 나서 틀린 문제는 왜 그 문제를 틀렸는지 체크하고, 이 문제를 낸 출제자는 왜 이런 문제를 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라면 어떻게 문제를 낼까? 등 호기심이 생기는 걸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진도 빼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전체 흐름을 잊지 않기 위한 패턴을 숙지하는 데 중점을 둔 방식으로 하니까 재미가 붙었다. 까맣게 잊었었는데 그 시절 공부했던 방식이 지금 떠오르다니, 인간의 기억은 참 신기한듯싶다.
오늘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회사는 자산이 있고, 부채와 자본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산에서 부채를 빼면 자본이라고 하는 건 교과적인 설명이고, 내 방식으로 이해하자면 자산이란 처분하면 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동산, 재고, 현금, 채권 등이다. 처분할 수 있는 자산에는 내 돈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남의 돈 부채까지 들어가 있으니, 부채까지도 자산이라는 소리가 있는 건가 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숫자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오늘 공부 끝
독립서적 <어쩌다 심리> 구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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