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릇

by 글로리아

사랑이 끝날 때마다 난,

텅 비었다.


모든걸 쏟아붓지 말자

아무리 다짐해도

말리는 손을 뿌리치다가

밑바닥에 구멍이 났다.


못생긴 그릇은 정들면

더러운 그릇은 씻으면

쓰임이 생기지만

구멍 나거나 깨지면 쓸데가 없다.


'시를 담고 싶어요.'


아무리 시장거리에 서서 외쳐도

거지의 동냥그릇마저 나를 비웃는다.




01빈그릇-01.jpg image by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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