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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y 05. 2022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9위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9위. BBC 100대 영화 중 유일한 이란(중동?) 영화인 것 같다. 그렇다면 봐야 할까? 말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봐야 할 영화라 생각한다. 왜? 다양성이다. 나는 할리우드 영화가 좋다. 나는 유럽 예술영화가 좋다. 나는 한국 혹은 일본, 중국 영화가 좋다 등 각자의 취향이 있다. 하지만 지구에 사는 78억 인구는 분명 다양한 국가와 인종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의 삶과 고뇌, 슬픔과 기쁨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것이 지구인으로 의미 있지 않을까? ㅡ 생각했다. ㅡ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이란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는 공공건물이 있고, 아파트도 있고, 자동차가 교통신호에 따라 움직인다.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면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이란도 사람 사는 곳이다. 씨민(레일라 하타미)은 나데르(페이만 모아디), 딸 테르메(사리나 파르하디)와 치매에 걸린 아버님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이민을 가려고 추진하다 남편 나데르의 반대에 부딪혀 이혼을 결심한다. 씨민의 이유는 이혼 사유가 되지 못하고 별거를 하게 된다. ㅡ 씨민이 잘했다. 잘못했다. 나데르가 잘했다. 잘못했다. 의미 없다. 이 상황을 모두 받아내야 하는 것은 딸 테르메다. 테르메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ㅡ 지식인 중산층 가정이라서 그럴까? 이슬람 교리에 얽매이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중산층의 자유로움? ㅡ 레오나르도 다빈치 얼굴이 책상에 놓여 있었고, 19세기 풍 그림 액자들이 곳곳에 있었다. ㅡ



02.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인해 간병인 라지에(사레 바야트)를 고용하게 된다. 라지에는 작은 오해로 나데르와 다투다 쫓겨난다. ㅡ 모두 설명할 수 없고, 모두 말할 수 없다. ㅡ 화는, 분노는, 흥분은, 계속해 도미노 반응을 일으킨다. 물러서지 않는 자존심. 고집. 정당함이라는 자기 증명은 나데르에게 있어 맹목적 종교와 같다. ㅡ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가치일까? ㅡ 그렇지만 때로는 삶의 가치도 변해야 한다. 상황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왜일까? 씨민을 사랑하는 마음. 딸 테르메를 사랑하는 마음.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변해야 하니까 ...


#또다른 #생각

흔히 이란하면 범 중동(이슬람)국가로 통합해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란은 타 중동 국가와 뿌리가 다르다. 셈족이 아닌 아리아(인도유럽어족)인으로 혈통적으로 유럽과 더 가깝다고 한다. ㅡ 2500년 전 페르시아 제국의 후손 ㅡ 이란에는 산도 많고 강도 있고, 스키장도 있다. 또 농사도 짓고 제조업도 있다. ㅡ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석유만 나는 국가가 아니다. ㅡ 서기 600년경 이슬람교를 수용한 이란은 종교적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03.

간병인 라지에(사레 바야트)는 나쁜 사람일까? 좋은 사람일까? 그녀의 남편 호잣은 정의로운 사람일까? 무식한 하층계급일까? 이란의 사회 혹은 사법체계는 공정한 걸까? 계속해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색적이었던 것은 명료한 눈. 대사가 거의 없는 소녀가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소녀의 눈은 항상 상황을 지켜보고, 진실을 쫓는 것 같았다. ㅡ 어쩌면 신기루 같은 ... ㅡ 소녀는 라지에와 호잣의 딸이다.


아직도 호잣(라지에의 남편) 큰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 *코란에 손을 올려놓고 진실이라 말할 수 있어? "


* 코란 - 이슬람교 경전



마지막으로...

개인적 감상을 말하면 감독의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력. 이를 영상 스토리로 만드는 힘. 관객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는 영미 권식 재미를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혹자는 간병인 라지에가 고구마 10,000개 먹은 답답함에 영화 내내 답답해했다고 하는데 ...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말 없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결국 씨민과 나데르는 서로의 자존심을 굽히지 못한다. 딸 테르메는 또 다른 약자로서 강요와 희생을 요구당한다. ㅡ 어떤 결정을 할까? ㅡ 갑갑했다. 이란. 이국만리의 국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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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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