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키 May 04. 2022

조디악

BBC 100대 21세기 영화 중 12위

데이비드 핀쳐가 감독한 작품은 2012년까지 개봉한 영화 기준 다 봤다. ㅡ 아. <조디악> 빼고 ... ㅡ 미드는 <하우스 오브 카드>, <마인드 헌터> 모두 보지 못했다. ㅡ 영화가 아니니까. ㅡ 한때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열혈 팬이었다. 하지만 ... 세월(시간)은 열정을 무디게 만든다. 송구한 마음으로 BBC 100대 영화 중 12위 조디악을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1968년 12월 10일. 연쇄 살인사건은 시작된다. 카메라는 샌프란시스코 랜드마크 골든게이트브리지를 비춘다. 검은 어둠과 도시 야경의 병치. 골든게이트브리지는 신비했고 음산했다. 마치 *아케론 강 위에 세워진 다리 같다. 더 이상 망자들은 배를 사용하지 않는다. ㅡ 그리스 신화에서 아케론 강을 건너기 위해 망자들은 뱃사공 카론의 배를 탄다. ㅡ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망자는 카론의 얼굴을 볼 수 없었거나 기억을 못 한다. 골든게이트브리지 ㅡ 과학기술의 상징? ㅡ 는 카론에게 있어 불편함이었을 거다. ㅡ 카론은 분노했을까? ㅡ 조디악은 현생한 카론이 아닐까? 연쇄 살인마 조디악은 신문사에 편지로 범죄 자백 혹은 예고 살인을 알린다. ㅡ 편지의 첫 문장은 "this is the Zodiac speaking 조디악 가라사대" 였다. 머릿속에 꽈리를 튼다. ㅡ


* 아케론 - 그리스신화 속 [저승을 흐르는 다섯 개의 강] 인용. 호메로스는 망자가 저승으로 가려면 첫 번째 슬픔의 강 아케론을 건너야 한다.



02.

영화는 3명의 쫓는 자者 '삽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사관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와 1명의 쫓기는 자者 멜 니콜라이(자크 그레니어)로 압축해 20년간(1969 ~ 1989)의 여정을 그린다. 쫓는 자者도 쫓기는 자者도 모두 *편집증이다. ㅡ 양쪽 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만 같다. ㅡ 시간은 흐른다. 쫓는 자者부터 한 명씩 포기자가 나온다. 그렇다면 쫓기는 자者는 범인일까? 언제부턴가 더 이상 연쇄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다. ㅡ 연쇄 살인마가 연쇄 살인을 안 한다? 정체성을 포기한 걸까? ㅡ 시간은 공평했고, 승자도 패자도 없다.


* 편집증 - 체계가 서고 조직화된 이유를 가진 망상을 계속 고집하는 정신병



#또다른 #생각

조디악은 암호로 된 편지를 신문사에 보냈고 FBI는 40년 동안 해독하지 못한 암호문 중 Top 10 안에 들었고, 2020년 12월 암호는 해독되었다. 51년 동안이나 해독이 안 된 이유는 조디악 킬러의 의도인지 실수인지 알 수는 없으나 복호 암호문에 전치(轉置)가 추가되어 수십 개의 단어들이 꼬이면서 해독이 안 됐던 것이다.

암호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너희들이 나를 잡으려고 애쓰면서 즐겁게 지내길 바라.

나에 대해서 짚고 넘어간 TV 쇼에서의 사람은 내가 아니었는데 말야. 나는 가스실이 두렵지 않아. 그것이 나를 낙원으로 더 빨리 보내줄 거거든. 나는 모두가 아무 것도 지니지 않은 낙원에 걔들이 다다랐을 때 나를 위해 일할 노예들을 충분히 확보했어. 그래서 걔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두려워하지 않아. 왜냐하면 나의 새로운 삶은 사후 낙원에서 더 쉽게 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

조디악(살인마)은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았다. _나무위키



03.

영화 속 배경은 20세기 ㅡ 현재는 21세기 ㅡ 완전범죄는 가능할까? 문명의 발전은 심리(프로파일 기법)적, 과학(혈액, 지문, 머리카락, 탄소 측정 분석 등)적 수사의 고도화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미제 사건은 줄어들게 되는 걸까? 유명한 수사 격언에 범인은 반드시 사건 현장에 흔적을 남긴다.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21세기 범죄에서 현장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죄가 종종 발생한다. ㅡ 숨바꼭질? ㅡ 창(범죄)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방패(수사)는 더욱 견고해진다. ㅡ 어쩌면 완전 범죄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ㅡ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ㅡ 어떡해야 아프지 않은 세상이 될까? ㅡ 우리(인간)는 섬(단절)이 되지 말아야 한다. 나와 나의 가족 이외에는 남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무관심 해지면 안 된다. 이웃에 관심 갖고 촘촘히 연대하는 사회만이 어쩌면 나와 나의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혐오, 차별, 증오도 아닌 무관심이다.



마지막으로...

매우 사실적(다큐같이)으로 찍었다. 카메라는 멀찌감치 떨어져 몰래 관찰하는 것이 아닌 직접적으로 다가가 찍는다. 또한 3명의 쫓는 자者 '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사관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 '삽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의 시점을 옮겨 가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ㅡ 범인의 시점은 없다 ㅡ 타자기. 범인의 편지. 암호가 적힌 종이. '조디악'이란 제목의 책까지 데이비드 핀쳐 감독은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그렇지만 지루하다. 애당초 감각 혹은 감성을 넣지 않은 건조한 영화를 의도했다면 영화의 리듬 만들기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진지한 연기와 실화의 힘. 영상적 톤은 좋았다.

.

.

.

☞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예고편

이전 05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