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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Dec 10. 2023

마티아스 조셉 알텐

아직 하늘에 파란 여백이 남아 있고, 구름을 노랗게 만드는 햇살이 어른거리는 것으로 보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알몸으로 수영을 즐기던 이가 쏟아지는 비를 두 손으로 받고 있다. 어차피 벗은 몸이니, 결국은 지나갈 비라면 이처럼 즐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Mathias Joseph Alten <lluvia>, (1921)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조셉 알텐은 초기 바르비종*, 중기 인상파를 거쳐 1910년 경 부터는 뉴욕에 거주해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하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바쁜 뉴욕의 일상, 그는 매일 공허와 갈증을 느낍니다. 그러자 조셉 알텐은 한 가지 결심을 합니다. 매주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주리 주의 산과 강, 호수를 찾아 그림을 그리는 그림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때마다 가지고 다녔던 화구의 크기와 무게는 엄청났습니다. 붓의 종류만 해도 150가지가 넘었기 때문입니다.


* 바르비종 파는 1800년대 초중반에 프랑스 파리 교외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바르비종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사실적 풍경화를 자주 그렸던 화가들의 그룹을 지칭한다. 밀레가 대표적 화가이다.


뉴욕 휴스턴 스트리트 남쪽, 학회를 끝내고 서둘러 뉴욕대학으로 가야 했습니다. 준비한 포드 자동차에 몸을 싫었습니다.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도로였고, 도로의 절반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자동차가 심하게 흔들렸지만, 피곤해 잠시 눈을 붙인 순간. 요란한 클랙슨 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떴습니다. 운전기사의 어깨를 두드려 뉴욕대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 물었지만, 아직 한참 남았다는 모호한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꿈인지 현실인지.


다시 차창에 기대어 눈을 붙였습니다. 잠이 온다. 잠이 올 것이다. 잠들 거다. 속으로 읊조렸지만, 답답하기만 할 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눈을 뜨자 보인, 불투명한 작은 물웅덩이. 그 위로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떨어진 빗방울이 동심원을 그립니다. 어렴풋이 오하이오의 호수가 같이 보이는. 뭉게구름. 얕은 구릉. 탁 트인 시야. 작은 호수. 여우비*. 사람이 없는. 전라의 남자.


* 볕이 난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


조셉 알텐은 남자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빗방울을 떨어뜨리는 어둑어둑한 뉴욕 하늘이 보였습니다.



&



1.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풍경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이들의 풍경화는 신이나 인간 중심이 아닌, 자연을 중심에 둔 그림을 그립니다. 조셉 알텐의 그림 <비(lluvia; 스페인어)>는 마치 네덜란드의 풍경화 같습니다. 하늘의 중앙에는 검은 점 같은 것이 보입니다. 시선이 점을 본 순간 점은 새가 되고, 의식은 그림의 풍경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2. 시선을 호수로 옮겼습니다. 그림의 세로 중심에는 물과 흙이 만나는 지점. 이 지점을 기점으로 세로로 해 하단은 물, 인간, 흙이 만나고, 상단은 흙, 하늘, 새가 만나 조화를 이룹니다. 새와 인간을 가로로 잇는 가상의 선을 쭉 그어 봤습니다. 대칭이 아닌 살짝 엇나간 비대칭이 그려집니다.


3. 더욱 이상한 것은 날은 좋은데 호수에 비가 내리고 전라의 남자가 있다는 것. 그림의 이쪽저쪽을 보다 다시 전라의 남자에 시선이 닿자, 그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뒷모습 같은,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으로 모습처럼,


. . .


갑자기, 전라의 남자가 검은색 지휘복을 입은 것처럼 보입니다. 남자가 보고 있는 자연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 단원처럼 보입니다. 연주 단원들은 지휘자의 손끝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일촉즉발. 지휘자가 손끝을 움직이자 연주가 미약하게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림이기에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동심원이 그려집니다. 파문은 멀리 더 멀리 퍼져 갑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이곳, 아직 연주가 절정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mm, 연주곡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1번 1악장 <거인> 입니다 ....

* 화가 - 마티아스 조셉 알텐Mathias Joseph Alten(1871년 - 1938, 미국)

[전기]


알텐은 1871년 독일 구센부르크에서 태어납니다. 그는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 자랐으며 일찍부터 그림과 회화에 관심을 보입니다. 1888년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미시간에 정착한 그는 장식가이자 간판 화가로 일했습니다. 또한 그랜드 래피즈 디자인 스쿨에서 야간 수업을 듣습니다.


1890년, 그는 동료 독일 이민자인 베르타 레베카 비텐베르크와 결혼하여 6명의 자녀를 낳습니다. 그는 그랜드래피즈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열고 지역 및 전국적으로 그림을 전시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미술 공부를 위해 유럽, 특히 파리로 여러 차례 여행을 떠나 그림을 배웁니다.


[중기]


알텐은 세기의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피사체에 대한 빛과 색채의 효과를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둔 인상주의에 깊은 관심을 갖습니다. 특히 밝고 생동감 넘치는 바다 풍경과 해변 장면으로 유명한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롤라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알텐은 더 밝고 다양한 팔레트와 즉흥적이고 표현적인 붓놀림을 채택합니다. 또한 파스텔, 수채화, 유화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기도 합니다. 그는 풍경, 도시 풍경, 정원, 꽃, 동물, 배, 사람 등 다양한 주제를 그립니다.


[후기]


알텐은 1920년대 말기에 접어들면서 인상주의 스타일을 다듬고 새로운 주제와 기법을 탐구합니다. 그는 추상적인 형태와 패턴, 기하학적 형태와 구도에 관심을 가집니다. 또한 그림자, 반사, 유약, 대비와 같은 빛의 효과를 실험하기도 합니다. 1938년까지 가을과 초겨울 풍경에 초점을 맞춰 그림을 그리다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알텐이 바르비종과 헤이그 학파의 영향을 받은 초기 작품부터 인상주의를 수용한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진화가 그의 예술적 정체성에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풍경과 바다 풍경에 일관되게 초점을 맞춘 것을 언급하면서 예술적 탐구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 * *


+ 회화 스타일


1. 색상


알텐은 다양한 색상과 색조를 사용하여 시청자에게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그는 색이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보는 사람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색상을 사용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그림에 특정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2. 빛


알텐은 빛을 사용하여 작품에 깊이감과 입체감을 만듭니다. 그는 밝은 톤과 어두운 톤을 대조적으로 사용하여 입체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여름날의 밝은 햇빛이나 촛불이 켜진 방의 은은한 빛 등 빛을 사용하여 그림에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3. 질감


알텐은 임파스토, 스크램블, 글레이징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캔버스에 다양한 질감을 만듭니다. 이러한 질감은 그림에 깊이와 입체감을 더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입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전원적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출처 : Wikiart






"이 곡은 대체로 카치니의 작품이라고 여겨지지만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하지만 이 곡을 들으면

이런저런 질문은 아름다움에 녹아 사라진다." _1일 1클래식

/

아베 마리아, 세상은, 화로의 불이 사위는 것 같이, 사위어 간다. _하루키

Giulio Caccini - Ave Maria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alten.gvsuartgallery.org - Timeline Administration | Alten Portal

[2] en.wikipedia.org - Mathias Alten

[3]michigan.gov - Mathias J. Alten: An American Artist at the Turn of th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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