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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Dec 17. 2023

시골의 야유회

페르낭 레제

단순한 선과 명료한 색채의 기이한 조합이 눈을 사로잡는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쉬는 여인들. 자신의 자동차를 살펴보는 남자의 등이 보인다. 누구 건 원하면 자동차를 가질 수 있고, 근사한 웃을 입거나, 편안한 차림으로 마음껏 쉬고 즐길 수 있는, 미래의 어느 날을 꿈꾸며 그린 것이라 볼 수 있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Fernand Léger <La partie de campagne>, (1953)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그해(1945년). 페르낭 레제는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합니다. 1955년 죽을 때까지 프랑스 공산당원으로 활동합니다. 그는 프랑스가 2번의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도시화, 산업화, 기계화를 통해 역사적 재건을 목도합니다. 페르낭 레제가 본 프랑스의 미래는 긍정적입니다. 한편으로 그는 노동자의 삶에 관심이 많았고, 예술은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역할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전쟁은 끝났습니다. 프랑스는 다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박차를 가합니다.


이 시기. 페르낭 레제가 주목한 것은 바캉스.* 1936년 6월 20일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한 유급 휴가로 전 세계 최초로 시작된 제도.


바캉스(vacance)는 프랑스어다. 어원은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 또는 '비우다'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했다.
1936 프랑스의 바캉스 사진들 출처: Wiki


당시 고된 노동에 지친 파리의 대도시 노동자들은 (한여름) 바캉스가 시작되면 갑갑한 대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기차에 오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니스를 향해 떠납니다. 675km. 육지에서는 미스트랄* 바람이, 해변에서는 지중해 바람과 햇살. 파도가 일렁입니다. 노동자들은 행복합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산업화와 과학의 발달은 인간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즐거움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ㅡ 유급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된 1936년 6월 이전에는 휴가(바캉스)란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습니다. ㅡ


프랑스 론강을 따라 부는 강한 북풍


페르낭 레제는 니스 해변, 야자수 나무 그늘에서, 삼각 이젤에 놓인 하얀 캔버스 위로 투명한 물만 묻힌 얇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캔버스엔 형태도, 색도 없는 그림이 틈으로 비친 햇살에 반짝입니다.



&



1.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데자뷔

(좌) 페르낭 레제 <시골의 야유회> 중앙 부분을 확대해 봤습니다. 그러자 (우) 마네 <풀밭 위의 점심 식사>가 보였습니다. 당시(1863년) 귀족들만 가능했던 소풍을 마네는 그렸고, 마치 비꼬듯이 벌거벗은 여인을 등장시킵니다. 1953년 페르낭 레제 <시골의 야유회>에서 프랑스 노동자들은 마치 귀족처럼 야유회(소풍)를 즐기고 있습니다. 산업화와 과학이 가져다준 부와 시간.


2. 수영복을 입고 옆으로 길게 누운 여인을 보고 있는데, 또다시 데자뷔가 일어났습니다.

(우) 마네 <올랭피아>가 보였습니다. 논란과 엄청난 비난을 받은 <올랭피아>(1865년). 당시 높은 교육과 교양을 쌓은 귀족, 지식인들은 강한 저항감을 표출했습니다. 1953년 (좌) 페르낭 레제 <시골의 야유회> 에서 빨간 수영복을 입은 노동자 여인은 올랭피아와 같은 형태로 옆으로 길게 누웠습니다. 그리고 그녀 옆에는 흑인 보모가 아닌 흰색 강아지가 있습니다.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1865년의 여인은 1953년의 여인으로 바뀌면서 집안에만 있는 것이 아닌, 밖으로 나와, 바다를 바라보며, 해변에 누워 있습니다. 보란 듯이 존재감을 뽐냅니다.


3. 수수께끼 같은 건, 자동차를 수리하는 근육질의 모자 쓴 남자. 기괴한 나무. 기하학적 구름. 우울질의 하늘색. 자연을 기계 미학으로 보여주려 한 시도는 아닐까. 자연과 기계의 결함. 생물과 무생물의 결합. 인간의 노력. 하지만 궁극적 종착지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려는 건지. 이러쿵저러쿵. 수다스러운 <시골의 야유회>.


* 화가 -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1881년 - 1955, 프랑스)

[전기]


페르낭 레제는 1881년 노르망디에서 태어납니다. 레제는 일찍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고 13세부터 그림 수업을 받습니다. 1900년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이주했지만 곧 그림으로 전공을 바꿉니다.


이 기간 동안 레제는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파리에서 막 등장한 입체파 운동에도 관심을 갖습니다. 레제의 초기작은 밝은 색상, 대담한 선, 단순화된 형태가 특징입니다.


[중기]


1910년 레제는 화가 로버트 들로네를 만나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소개받았는데, 이는 색과 형태를 사용한 아이디어입니다. 이 시기 레제는 기계 시대와 산업화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는 예술이 현 세계를 반영해야 한다고 믿었고 기계, 공장 및 기타 산업 사물의 이미지 등을 그림에 통합하기 시작합니다. '메커니컬 큐비즘'으로 알려진 이 스타일은 레제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가 됩니다.


레제는 1919년 잔느-오귀스틴 로이와 결혼합니다. 그들은 30년 동안 결혼 생활을 이어갔지만, 자녀는 없었습니다.


[후기]


1930년대 레제의 스타일은 다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기계적인 입체파의 딱딱한 형태에서 벗어나 보다 유기적인 형태와 부드러운 색채를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조각과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기 시작합니다.


레제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 1945년 프랑스로 돌아옵니다. 그는 공산당에 가입하였고, 그의 작품은 시대의 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건을 포착해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1955년 갑작스럽게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기계 시대와 산업화에 대한 그의 강조가 현대 세계를 반영하려는 진정한 시도라기보다는 기술에 대한 그의 매혹을 반영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 * *


+ 회화 스타일


1. 큐비즘


레제는 초기에 큐비즘과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작품은 기계를 연상시키는 복잡한 구조와 추상적인 형태를 특징으로 합니다. 그러나 그의 큐비즘은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과 비교할 때 더 색다르고, 이해하기 쉽고, 대중적인 반복을 보여줍니다.


2. 팝아트


레제는 팝 아트의 선구자로 여겨집니다. 그의 작품은 소비 사회의 주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최초의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그의 그림은 굵은 블록 색상의 자전거를 타는 평면화된 사람들, 기계, 식물, 의자, 와인 병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나중에 많은 팝 아티스트들에 의해 사용될 스타일을 예고합니다.


3. 기계 미학


레제는 현대 세계와 기계가 사람들의 생활과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는 기하학적 형태와 산업 재료를 사용하여 기계적 요소를 그림에 통합하여 현대성과 진보의 감각을 만들어 냅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남미 스타일이나, (구)공산주의 국가에서 유행할 것 같은 느낌.

출처 : Wikiart






"라그리마는 눈물방울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음표는 눈물과 같습니다. 매우 섬세한 소품이지만,

악보에 표기되어 있는 것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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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튕겨나간 현, 톡. 떨어진 음. 언어가 되고픈 소리들  _하루키

Francisco TÁRREGA - Lágrima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Fernand Léger (1881–1955)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 Five things to know about Fernand Léger | Tate

[3] Fernand Léger | 27 Cubism Painting Printmaking - French Artist Painter

[4] Fernand Léger - buying and selling original art | W&K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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