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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y 11. 2022

시네도키,뉴욕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0위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0위《시네도키, 뉴욕》. 찰리 카우프만 감독 데뷔작이다. ㅡ 1999년 《존 말코비치 되기》, 2004년 《이터널 선샤인》 각본가 ㅡ 이로써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20위. 못 본 것 보기 3개월 대장정이 끝났다. 한편, 한편이 대작이었다. 보지 않았으면 후회했을뻔한 소중한 작품들 ㅡ 뒤돌아 생각해 보면 한편, 한편이 한 권의 책 같다. ㅡ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며 ㅡ 차기는 더 가디언의 21세기 영화, 못 본 것 1~20위. ㅡ 마지막 영화를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아름다운 이야긴 아니다. 그렇다고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도 아니다. 인간이 모여 살아가는 도시.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려는 주인공 연극 연출가 케이든 코타드(필립 시모어 호프먼). 어쩌면 그는 도시 속 인간 군상의 덤일지 모른다. ㅡ 가족과 나,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을 주목하기보단 죽음에 대한 불안을 의식해 살아간다. ㅡ 그는 공허히 헤맨다. 가족, 일, 연인의 틈에서. ㅡ 왜일까? ㅡ '불안'때문일까?



02.

나는 영화를 보고 있다. ㅡ 28인치 모니터에 비친 영화를. ㅡ 영화 속 세상엔 도시의 일부분을 실제와 똑같이 재현한 연극이 공연된다. ㅡ 연출가 케이든 코타드(필립 시모어 호프먼)가 만든 연극. ㅡ 세트장에는 수많은 배우가 주어진 역할에 따라 움직이며 살아간다. ㅡ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극본대로 움직이는. ㅡ 배우들이 자신의 시간을 소비해 얻을 수 있는 건 연극 속 역할과 출연료. 그뿐이다.


유독 눈에 띄는, 어쩌면 엉뚱했던 내용은. 케이든 코타드의 부인이 그린 초미니 초상화 시리즈. 너무 작기에 돋보기를 사용해야만 볼 수 있다. 돋보기로 들여다본 초상화는 생생한 사실주의 그림이 아닌 추상회화이다. ㅡ 말하지 못한 감정이었을까? ㅡ



#영화배경지식

제유提喩는 수사법의 하나로 시네도키(synecdoche)라고도 한다. 은유의 일종으로 상위개념을 하위개념으로 또는 반대로 하위 개념을 상위 개념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예:

손이 부족 :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손이 사용된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빵은 음식 혹은 넓게는 "물질적 충족"의 의미로 사용된다. _네이버


설마 했던 영화 제목 시네도키(synecdoche). 어렵다. 그렇지만 제목을 이해하면 영화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키워드 .



03.

2가지 측면이 인상적이었다. ㅡ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ㅡ 하나는 실제와 똑같이 재현한 건물, 거리, 소음, 인물까지. 가짜가 아닌 실재를 그대로 재현해 움직이게 말하게 보이게 했다. ㅡ 여기까진 뭔가 이전에도 본 듯한. ㅡ 영화의 마지막에 다가갈수록 점점 배우들이 줄어든다. 나이를 먹어(시간이 지나) 정말 죽거나 더 이상 연기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연극 무대에 배우들이 사라지자 소멸하려 한다.


또 하나는 영화의 마지막에 연출가 케이든 코타드(필립 시모어 호프먼)가 직접 연기를 한다. ㅡ 한쪽에 이어폰을 끼고. 목소리가 연기(대사)를 지시한다. ㅡ 목소리는 실재의 공간과 만들어진 공간, 완전히 분리된 타자인 관객까지 전달된다. ㅡ 왜 《나의 아저씨》가 생각날까? ㅡ



마지막으로...

찰리 카우프만 감독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그의 세계는 유유히 흘러갔지만 압도적 흡입력이나 한방은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극본에 충실히 각자의 에너지로 영화에 동력을 넣었지만 연출은 모두를 담지 못한 것 같았다. ㅡ 그렇다고 연기와 연출이 따로 놀았다는 말은 아니다. ㅡ 수작秀作이다. 오래 기억될 영화이다.


영화의 엔딩 신, 짧은 대사와 함께 주인공 케이든 코타드(필립 시모어 호프먼)는 옆에 않은 여자의 어깨를 빌려 잠자듯 눈을 붙인다. ㅡ 눈만 감은 걸까? 죽는 걸까? ㅡ 문득 안톤 체호프가 생각났다. ㅡ 그의 단편들은 '나는 죽는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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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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