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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Feb 15. 2024

자고 싶다

안톤 체호프

잠을 '자고 싶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마른 '기침'을 했다. 목이 말라 문을 열고 나왔고 방문을 닫았다. 방문에는 4글자가 적혀있었다. '6호 병동'

체호프의 표현은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나며, 그는 세계 최고의 단편작가이다. _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체호프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이다. 그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예술가이다. _수전 손택Susan Sontag


에드거 앨런 포, 기 드 모파상, 안톤 체호프 현대 단편소설을 확립한 3대 선구자로 불립니다. 안톤 체호프? 읽기 시작하겠습니다.





안톤 체호프는 1860년, 러시아 남부에서 태어나, 스스로 학비를 벌며 공부, 1879년 장학금을 받아 모스크바 대학 의학과에 입학. 1888년 단편집 『황혼』으로 푸시킨 상을 받았습니다. 1904년 폐결핵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자신이 즐겨 쓴 마지막 문장, "그리고ㆍㆍㆍ죽는다"처럼, "나는 죽는다"를 마지막 숨과 함께 전하며 ...


안톤 체호프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의학은 나의 아내요, 문학은 나의 애인이다”


&


9개의 단편 중 3개의 단편을 리뷰하겠습니다.


관리의 죽음

'기침'이라는 일상적 사건은 불안을 낳았고, 극단을 향해 달리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 같았습니다.


▶ 플래시 픽션*이라는 장르가 떠올랐습니다.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글입니다. 어쩌면 안톤 체호프는 진정한 플래시 픽션의 창시자 일지 모르겠다는 생각, 짧고 간결한 임팩트를 통해 긴 여운을 남깁니다. 어쩌면 헤밍웨이의 6 단어* 소설은 「관리의 죽음」에서 영감 받지 않았을까-


*플래시 픽션flash fiction - 극히 분량이 짧은 단편소설을 지칭한다. 약 300 ~ 1000 단어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 한 번도 신지 않은 아기 신발)


자고 싶다

13살 바르카와 아기. 몽롱함과 현실. 저항과 운명의 슬픈 노래.


▶ 19세기 중반까지 유럽 소설은 저에게 있어 장편이며 그리스 로마 신화 혹은 15~18세기 작품들의 인용과 비유로 완성된 소설이란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톤 체호프는 일상적 언어, 단순화한 문장. 직관적 심리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제 스타일입니다.


6호 병동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와 정신병 환자 이반 드미트리치가 등장합니다.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이반 드미트리치를 존중하는 순간부터 이반 드미트리치를 존중하지 않는 다수의 인물들에게 존경받던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습니다.


▶ 3가지 측면으로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1.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의 1인칭 심리묘사 

2.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진짜 미쳤을까?라는 의심 

3. 소설의 프레임(서사) 안에서 보지 말고 한걸음 물러서서 봤을 때 보이는 상황들. 마치 그림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 하는 것 같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은 현대 단편 소설의 본류*라 불릴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안톤 체호프의 사후 끊임없이 각종 영화, 드라마, 매스컴을 통해 모방과 인용, 확대 재생산으로 인해 현대인에게는 어디선가 읽었거나 본 것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준비물(상상력)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1800년대 후반 러시아에 대한 이해와 당시 (유럽의) 주류 소설 스타일을 아는 것입니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들에서 신선함과 세련됨이 느껴졌습니다.


* 본류本流 - 강이나 내의 원줄기


#한줄감상 - "잠을 '자고 싶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마른 '기침'을 했다. 목이 말라 문을 열고 나왔고 방문을 닫았다. 방문에는 4글자가 적혀있었다. '6호 병동'"



『자고 싶다』를 읽고 든 생각, '단편소설'이란 무엇일까?


음악을 들으며 생각해 봤습니다. '단편'. 단편은 장편과 달리 호흡이 짧고, 복잡한 인물관계도가 없으며, 주제 파악이 쉽습니다. 또한 현대인에게 있어 중요한 '시간'. 시간 대비 높은 심미적 만족감을 줍니다. 단편의 확장과 보급은 어쩌면 더 많은 대중이 문학을 쉽게 접하고 깊게 뿌리내리게 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점점점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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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이니 논리니 하는 건 여기서 아무 의미가 없어요. 모든 것은 우연에 달렸지요. 붙잡힌 사람은 여기 있는 거고, 안 잡힌 사람은 돌아다니는 것뿐입니다. 제가 의사이고 당신이 정신병자라는 데는 도덕성이고 논리고 없이 그저 우연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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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왔다. 성호를 그으며 속삭인다. “밤중에 치료를 했지만 아침에 하늘나라로 가버리셨단다. 거기서 영원한 안식이 있기를……. 너무 늦었대, 조금만 빨랐어도…….”


바르카는 숲으로 들어가 운다. 그런데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는 바람에 자작나무에 이마를 처박고 만다. 눈을 들어보니 제화공인 주인이 서 있다. “이런 망할 것이 있나! 아기가 우는데 잠을 자!”


주인은 바르카의 귀를 아프게 잡아당긴다. 바르카는 고개를 흔들고 요람을 움직이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초록빛 원, 그리고 바지와 기저귀 그림자가 흔들리며 또다시 금세 정신이 혼미해진다. 시궁창 물이 흥건한 길이 다시 나타난다. 등에 보따리를 진 사람들과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누워 깊이 잠들어 있다. 바르카는 못 견디게 자고 싶다. 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벌써 머리카락이 세기 시작했다. 몇 년 새 자신이 이렇게 늙고 추해졌다니 이상했다. 그의 손 아래 놓인 어깨는 따스했지만 떨고 있었다. 이 인생, 아직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머지않아 그가 그렇듯 퇴색하고 시들게 될 이 인생에 그는 연민을 느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 전에 만난 여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가 아닌,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 평생 애타게 찾아 헤맸던 바로 그 모습을 사랑했다. 그리고 실수를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사랑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람은 그중 단 한 명도 없었다. 만났다가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시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뭐라 이름을 붙이든 사랑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가 세기 시작한 지금에야 그는 난생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자고싶다 #안톤체호프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 [재즈왕조실록] 제1부 Blues 음악만 몰아보기 | 찰리정 블루스밴드

출연진 : BOOMI, 찰리정, 이도헌, 이정민, 성기문, 박재홍


"재즈왕조실록" 제1부 - BLUES, 블루스는 가장 기본적인 형식이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확고한 장르이고 재즈뿐만 아니라 포크, 컨추리, 블루그래스, R&B, 가스펠, 소울, 펑크(Funk), 심지어 힙합에 이르기까지 흑인음악의 모든 영역에 큰 지분을 차지하는 정서적 뿌리이다. _재즈왕조실록 소개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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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겨울 서울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재즈왕조실록] 9부작 온라인콘서트가 있었어요. B.L.U.S.E.는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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