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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un 02. 2024

노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

막스 쿠르츠바일

쿠르츠바일은 전통적인 미술에 반기를 든 미술가들의 모임 '빈 분리파'의 일원으로 클림트 등과 함께 활동했다. 여인은 화가의 아내, 마르타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아르누보 스타일의 초록 소파에 샛노란 치마를 활짝 펼친 채 앉아 있다 어디 하나 거리낌 없는 당당한 자세이지만 표정에서 섬세한 슬픔이 전해지는 듯하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Max Kurzweil <Lady in Yellow Dress>, (1899) 출처: Wikiart



+ 하루키 감상

프랑스 유학을 통해 나비파(신비/상징주의 경향이 강한)와 인상주의에 강한 영감을 받은 쿠르츠바일. 1894년 비엔나로 돌아옵니다. 그는 빈 분리파(기존 미술계에 반발한 새로운 미술 운동) 일원으로 활동하며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유행한 아르누보(장식 미술) 스타일에 인상주의를 가미한 시도를 몇 년째 연구 중입니다.


1899년 봄, 집안의 간이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쿠르츠바일은 (아내) 마르타가 작고 발랄한 목소리로 계속 자신을 부르자 작업을 멈추고 거실로 나옵니다. 마르타는 새로 산 노란 드레스를 입고 두 손을 모은 채 잠시 쿠르츠바일의 눈과 입을 봅니다. 마르타가 몸을 움직이자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의 녹색 소파가 나타납니다. 코끝으로 이국의 소파 냄새가 스며듭니다.


마르타는 돌아오는 토요일에 있을 파티를 위해 소파를 샀다고 설명합니다. 수제품에 고급 자작나무 목재를 사용했고 페르시아산 천을 사용해 아르누보 양식, 아라비아 꽃 모양으로 장식된 소파. 가구가 아닌 예술품이라 강조합니다. 쿠르츠바일은 마르타의 목소리가 봄을 맞이해 소란을 피는 지저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르츠바일은 소파를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돌았습니다. 소파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에너지 1700년대 오스만 투르쿠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 소파. 쿠르츠바일은 두 걸음 물러나 입술에 검지를 붙입니다. 마르타의 입이 멈춥니다.


소파 뒤 회색 벽에 시선이 멈춘 쿠르츠바일. 마르타에게 소파에 않아 보기를 부탁합니다. 거실에 아무도 없다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포즈로, 마르타는 포즈를 잡지 못하고 계속 뒤척입니다. 쿠르츠바일은 잠시 거실을 나왔다 돌아옵니다.


마르타는 소파 한가운데 양팔을 활짝 펴고, 눈동자를 고정시킨 채 쿠르츠바일을 뚫어지게 봅니다.  



&



1. (아내) 마르타의 피부가 지나치게 하얗게 느껴집니다. 노란 드레스에 비친 자연광은 드레스의 주름이 만든 곳곳에 얼룩을 맺습니다. 노란 드레스는 아우라를 사방으로 내뿜습니다. 마르타의 하얀 피부에서는 생명력이 없었고, 노란 드레스에서는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2. 노란색 드레스에 대부분이 가려진 소파. 빛이 닿은 왼쪽 끝이 유난히 반짝입니다. 마르타의 발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발은 드레스에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소파 아래는 어둠뿐.


3. 아까부터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써 무시했지만, 결국 눈과 마주쳤습니다. 순간 닭살이 돋았고, 솜털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합니다.


칠흑漆黑같은 머리,

짙은 눈썹

삼분의 일쯤 감은, 나른한 눈

검은 눈동자

수려한 콧날

굳게 닫힌, 붉은 입술

무표정에 옅은 혈색

여리한 목선


백옥을 깎아 만든 조각,

색色이란 숨을 불어 만든 인형, 마르타.

* 화가 - 막스 쿠르츠바일Max Kurzweil (1867 - 1916, 오스트리아) 

+ 전기(1867-1891)


막스 쿠르츠바일은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비젠츠에서 태어납니다. 그는 사회적 변화, 예술적 실험, 지적 열망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18세의 쿠르츠바일은 창조적 에너지의 도시 빈의 아카데미에서 예술 교육을 받습니다.


상징주의 운동의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지도 아래 쿠르츠바일의 예술적 감성은 깊어졌고,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받습니다.


+ 중기(1892~1908)


1892년 쿠르츠바일은 비엔나를 떠나 파리로 갑니다. 줄리안 아카데미에 입학, 모리스 드니, 피에르 보나르, 에두아르 뷔야르, 폴 세루시에 등 모더니즘과 상징주의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다른 젊은 예술가들과 만납니다. 또한 폴 고갱의 색채와 형태 사용에 영감을 받은 나비파와도 친분을 쌓습니다.


그는 1894년 비엔나로 돌아와 비엔나 분리주의 운동에 참여합니다.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계에 반기를 들고 핀 드 시엘의 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고자 했던 예술가 단체였습니다. 쿠르츠바일은 전시회에 자신의 그림을 출품해 인정과 찬사를 받습니다.


+ 후기(1909~1916)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쿠르츠바일은 감정이 강렬해지고 전통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포비즘(야수파)과 표현주의의 영향은 그의 후기 작품에서 날것의 감정과 왜곡된 형태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작품에서 점점 더 분명해집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유럽을 뒤덮자 쿠르츠바일은 실존적 주제를 다루기 시작하였고,  그는 마지막 작품까지 도전하였습니다. 1916년 갑작스러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원초적인 감정과 실존적 주제로 인간 정신에 대한 심오한 탐구로 칭송하는 한편, 이러한 감정적 열정이 때때로 형식적 고려를 덮어버렸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왜곡된 형식이 진정한 예술적 돌파구인지, 아니면 감정적 효과를 위해 선명함을 희생한 지나친 방종인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 * *


+ 주요 특징


1. 상징주의 스타일


초기 작품에서는 상징주의를 추구합니다. 무의식의 영역을 탐구하고자 하는 열망을 반영합니다. 이 시기 쿠르츠바일의 작품은 시각적 시를 구현하고자 각 요소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고, 보는 이로 하여금 관조적이고 내적인 경험에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2. 인상주의 스타일


중기 작품에서 그는 감각적 지각과 빛의 일시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춘 스타일로, 주관과 외부 세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합니다. 이 시기의 쿠르츠바일은 순간의 본질을 포착하려는 인상파의 추구와 일치한 시각과 존재의 일시적인 특성을 강조합니다.


3. 표현주의 스타일


후기 작품에서는 인간의 정서적, 심리적인 것을 강조하였고, 실존적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표현주의 스타일을 구사합니다. 이 시기 쿠르츠바일은 왜곡된 형태와 생생한 색채를 통해 존재의 격동적 본질을 표현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쿠르츠바일의 1890년 전후 그림을 찾기 어려워 그가 그린 초상화들을 모아봤습니다. 눈이 인상적입니다.

출처: artnet





"이 곡은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포옹하고, 사랑하고, 버리고, 거절하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라."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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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는가 베토벤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_하루키

Piano Concerto No. 5 In E Flat Major, Op. 73, "Emperor" - 1. Allegro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Max_Kurzweil

[2] WIKIARTMax_Kurzweil

[3] ARTNETMax_Kurzweil

막스 쿠르츠바일

막스 쿠르츠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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